혼자도 행복하고 함께도 행복했던 하루
친구들과 뮌헨에서 보내는 두 번째 날이다. 친구들은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고, 나는 뮌헨에 남기로 했다. 오전에 늦게 일어나 브런치를 먹으러 나갈까 고민하다 최근에 느끼한 독일식을 많이 먹어 한식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족들이랑 연락하고 어제 먹고 남은 햇반을 다시 데우고, 버섯 해장국에 계란을 풀고 햄과 계란 후라이도 만들었다. 자취생의 백반 한상을 완성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한국에 돌아간 기분이라 좋았다. 오늘 계란프라이는 조금 퍽퍽했지만, 국에 푼 계란의 익힘 정도가 완벽해서 맛있게 먹었다. 역시 맛없없 조합이었다.
밥을 먹고 정리도 하고 조금 뒹굴거렸다. 어제오늘 꽤나 많이 뒹굴거린 것 같은데,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러다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원래 계획한 오늘의 첫 코스는 최애 카페였다. 어제 친구들이 갔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당근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가려고 했지만, 가는 길에 갑자기 가고 싶은 카페가 생겨 목적지를 바꿨다. 새로 정한 카페는 가본 적이 없는 뉴 카페였는데, 리뷰도 좋고 케이크도 맛있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 요즘 식당과 카페에 사람이 많아 이 카페에도 사람이 역시 많았지만, 테이블이 다행히 2개 비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카푸치노와 초콜릿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케이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려서 의아했는데, 비주얼을 보니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케이크 위에 꿀이 뿌려져 있고, 사과와 석류로 플레이팅이 되어있었다. 케이크가 달지 않고 꿀의 향이 좋아서 케이크와 꿀이 조화롭게 잘 어울렸다. 카푸치노는 살짝 썼지만, 케이크와 잘 어울려 맛있게 먹었다.
카페에 간 이유는 편지를 쓰기 위해서이다. 같이 여행 중인 가장 친한 친구가 여행 중에 생일을 맞이해서 선물은 못 챙겨주더라도 편지를 제때 챙겨주고 싶어서 미리 편지지를 사놨다. 평소에 잘 까먹어서 편지 내용도 한 달 전부터 미리 쓰고 수정했는데, 막상 쓰려니까 공간이 부족해 지운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그래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눌러쓰니 괜히 몽글몽글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편지를 꽤나 오래 쓰고 책을 조금 읽으니 어느덧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었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케밥을 먹을까 하다가 다들 느끼한 게 그렇게 땡기지 않아서 포케를 먹으러 갔다. 친구들은 팔라펠 포케를, 나는 와사비 연어 포케를 주문했다. 포케라기에는 채소가 덜했지만, 오랜만에 와사비를 먹으니 익숙한 맛이라 그런지 맛있었다. 연어도 맛있고 콩도 잘 어울려서 배부르게 잘 먹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맥주집이다. 친구들이 어제 맥주를 마시고 독일 맥주에 반해서 오늘은 다른 집에 가봤다. 내가 자주 간 수도원 양조장의 시내 분점이었다. 가본 적은 없지만 분점이면 어느 정도 맛있지 않을까 해서 가봤다. 아는 흑맥주를 주문했는데, 수도원에 비해 맛이 덜해서 아쉬웠다. 사실 맥주는 곁들일 뿐 수다를 떨러 갔다. 5시 반에 만났는데 10시까지 쉴 틈 없이 떠들었다. 헤어질 때도 시간이 늦어 헤어졌다. 내일 아침에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해서 내일의 수다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조금 뒹굴거리다가 글도 쓰고 있다. 빨리 자야 되는데 큰일이다. 사실 책도 읽고 싶은데 혼자 있을 때 추리소설 클라이맥스를 읽자니 무서워서 내일 읽으려고 아껴두고 있다. 이제 최대한 빨리 잠에 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