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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91일 차

힙한 도시 베를린

by 빈카 BeanCa

베를린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독일인 친구가 나에게 역사에 관심이 없으면 크게 볼 게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해줘서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1박 2일로 가보자고 해서 오게 되었다. 아침 8시 20분에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지하철 배차 간격이 20분이라 8시 5분에 도착했다. 지하철 빵집에서 버터프레첼 하나를 사서 친구들을 기다렸는데, 친구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15분 일찍 역에 도착했다고 해서 일찍 만났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기차가 들어왔고, 기차를 무사히 탔다. 아침 기차라서 30분 동안 책을 읽고 거의 내내 자다가 도착 1시간 반쯤 전에 일어나서 책도 30분 읽고 20분은 빵을 먹으며 좋아하는 유튜브를 봤다. 마지막 40분은 친구와 떠들기도 하고 내릴 준비도 하다 보니 4시간이 넘는 기차가 어느새 도착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호텔로 이동해 체크인을 하고, 곧바로 박물관 섬으로 이동했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라 박물관과 미술관에 많이 오게 되는 것 같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신박물관이 가장 가보고 싶다고 해 신박물관부터 둘러봤다. 이집트와 로마의 유물들이 많은 박물관이었는데, 조각부터 그림, 문서 등등 보관 물품의 종류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고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이집트 예술품에서 잘 보기 힘든 색채가 들어간 그림이 인상 깊었는데, 파란색이 오묘하면서도 푸른빛이라서 예뻤다. 사실 이번에도 전시 감상보다는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구경을 해 재밌었다. 가장 인상 깊은 전시 물품은 네페르티티의 흉상이었다.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궁금했는데, 흉상인데도 풍기는 분위기가 강렬했다. 카리스마와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흉상이라서 친구랑 가장 오래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랑 구경을 했는데 둘 다 이집트 물품에 관심이 크게 없어 1시간 넘게 구경하다 카페로 향했다.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로 가서 나는 코코아를, 친구는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베리 치즈케이크와 배 크럼블 케이크를 주문했다. 사실 배 크럼블 케이크는 주문할 생각이 없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두 분이서 3조각을 드시는 걸 보고 홀린 듯이 주문했다. 사실 나에게는 오묘한 맛이었다. 베리는 상큼하고 치즈케이크는 촉촉했는데, 밑 부분은 퐁신한 케이크 식감이라 묘했고 배 크럼블 케이크는 배 부분이 살짝 젤리 같은 탱글함이 있어서 의외였고 크럼블은 살짝 짠맛이 있어서 묘했다. 친구는 잠깐 먹고 미술관을 보러 가고, 나는 남아서 책을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다 읽었는데, 추리소설 특유의 반전 때문에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도 읽고 있는데, 내용이 어둡고 고통스러워서인지 정신적인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 조금씩만 읽게 된다.

그러다가 친구들과 다시 만나서 유명한 맛집에서 커리부어스트 하나를 나눠먹고 또 이동해서 도너(케밥)를 하나씩 먹었다. 튀르키예에서 먹은 케밥과 다르게 햄버거 같은 빵에 오이와 양파, 양상추 고기 그리고 세 종류의 소스가 들어가 있었다. 튀르키예의 고기 케밥보다 덜 느끼해서 맛있게 먹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체크포인트 찰리이다. 동독 서독 분단국가 당시 검문소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오늘 간 곳 중에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가장 와닿은 곳이었다. 사진도 찍고 옆에 기념품 가게에서 엽서도 하나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내일도 바쁜 하루이기에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다가 잠에 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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