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여행 중 가장 큰 변수를 만나다
오늘 하루의 시작은 착착 이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후에 베를린 국회의사당에 9시까지 가야 했다. 원래 8시 20분쯤 호텔 방을 나가려고 했는데, 놀랍도록 빠른 친구들 덕분에 예상 시간보다 무려 20분 일찍인 8시에 나올 수 있었다.
8시에 호텔에 짐을 맡기고 나와 베를린 국회의사당 근처로 가 구경을 시작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베를린의 흐린 날씨 때문인지 굉장히 추웠다. 추위에 떨며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온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국회의사당을 보니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뮌헨은 남부 독일의 대표 도시로 딱딱하지만 맥주 축제와 같은 흥겨움과 따스함이 느껴진다면, 베를린은 정말 딱딱 그 자체인 것 같다. 흐린 날씨와 매서운 바람까지 어우러져 베를린의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해졌다.
신기하게도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기 위한 보안 검색이 철저했다. 공항처럼 여권도 확인하고, 짐 검사도 컨베이어벨트에 올려 투시 장치 속으로 보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이동을 할 때 굉장히 체계적으로 이동해야 했다. 한 조가 만들어져 한 조가 보안 검색대에서 건물 입구로 함께 이동하고, 건물 입구에 모두가 모여야 건물의 문이 열렸다. 건물의 문이 열려도 2차 문이 열리기 전까지 하나의 작은 입구 같은 방이 있었다. 그 방에 사람들이 다 모여 마지막 보안 절차를 거쳐야 엘리베이터로 들어갈 수 있었고, 엘리베이터도 한 번에 모든 사람들이 다 탑승해야 올라갈 수 있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인데, 그래서인지 독일의 이런 척척 옮기는 시스템이 전통적이지만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국회의사당에 대한 별생각 없이 갔는데, 올라가니 국회의사당 내부를 보는 게 아니고 전망을 보는 것에 가까웠다. 나선형 길을 따라 올라가 꼭대기에서 보고, 다시 내려와 야외의 풍경도 봤다. 흐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베를린의 감성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점심을 먹으러 근처 카페로 갔다. 오트밀에 그래놀라와 바나나 같은 과일을 넣은 음식을 먹었는데, 달달하고 든든했다. 같이 먹은 카푸치노가 정말 맛있었다.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서 먹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가족여행에서 뭐를 안 한 게 있어 연락한다고 잠시 정신이 없고 그 뒤에는 esim 연장을 깜빡해 부랴부랴 연결하고 재부팅하느라 잠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연결에 성공하고 길을 나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로 향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분단 벽에 사람들이 벽화를 그려놓은 것이었다. 나는 갤러리라는 이름을 듣고 정말 미술관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미술관보다도 더 인상 깊게 봤다. 물론 날은 정말 추웠지만.. 각자 그림체도 다르고 의미도 다르고 풍기는 분위기도 달라서 신기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까지 갔다가 너무 추워서 우리는 호텔로 조금 일찍 돌아와 짐을 찾고 역으로 향했다. 기차까지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는데, 아점을 먹은 상태에서 저녁과 간식을 사야 해서 큰 베를린 역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구경은 같이 하고, 나눠져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기로 했다. 나는 고민하다가 시저 치킨랩과 도넛을 샀다.
원래 우리의 기차는 6시간 정도 걸리는 베를린-암스테르담 직행이었는데,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갑자기 DB 앱으로 알림이 왔다. 내용은 다른 기차의 기술적인 결함으로 암스테르담까지 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대체 편을 찾아보니 하노버에서 내려서 한 번 갈아타는 방법과 하노버에서 2시간 기다려 직행으로 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직행은 10시쯤 도착해서 30분 빨리 가는 환승 방법을 택했다.
하노버에서 갈아타 2시간 가까이 이동하고 내려서 기차역에서 치킨랩을 먹었다. 그러고는 세 번째 기차를 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기차였는데, 우리가 중간에 타서인지 암스테르담 가는 사람들이 다 모여서인지 사람이 너무 많아 2호선처럼 끼어서 탔다. 1시간 정도를 끼어서 가다가 다행히 30분은 여유롭게 갈 수 있었고, 마지막 30분은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책과 읽고 친구랑 얘기도 하니 생각보다 금방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씻었다. 이제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에 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