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일요일...앗...빨리 장 보러 가야지

영국에서 쇼핑하다 낭패를 보다

by 정숙진

"어라, 토마토가 빠졌네."


"지금이라도 사러 가야지 뭐."

"지금 몇 시지? 3시 넘었나?"

"앗, 상점 문 닫겠다. 서두르자."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생필품을 배달에 의존하는 지금과 달리, 상점 출입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시절, 우리 가족은 이런 대화를 한 번씩 나누곤 했다. 손님 초대상에 놓을 요리 재료가 빠지기도 하고, 아들의 학교 준비물이 급히 필요할 때도 있어서다. 그런데 평소보다 서둘러야 했다. 빠듯하다 싶으면 아예 쇼핑을 포기하기도 했다.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일요일과 공휴일에 영국의 상점은 단축 영업을 하거나 아예 문을 닫기도 한다. 일요일 영업 제한 때문이다. 이름하여 Sunday Trading Laws. 일요일에는 최대 6시간만 상점을 운영할 수 있다.



"어, 이상하네. 우리 집 앞 구멍가게는 일요일에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문을 열던데..."


맞는 말이다.


일요일 영업 제한은 규모가 280제곱미터 이상의 상점에만 적용된다. 그리고 영국에서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만 해당한다. 북아일랜드는 오후 1시 - 오후 6시까지, 스코틀랜드에는 이런 규정 자체가 없다 (부럽다). 또한 기차역이나 공항, 고속도로 휴게소 등 장소 특성상 일요일 영업에 제한을 두지 않는 곳도 있다.


평소 24시간 운영하던 마트라도 일요일이면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혹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 식이다. 일부 백화점의 경우 정상 영업시간보다 30분 먼저 문을 열어 둘러보기 (Browsing) 시간을 허용하는 곳도 있다. 실제 판매는 30분 뒤부터 시작되므로 일요일 영업 제한 위반이 아니다.



영국의 다양한 상점 시간표를 확인해보자. 먼저, 백화점과 DIY 전문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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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ridges..............Homebase


왼쪽 백화점 시간표에 따르면, 일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30분간 둘러보기가 허용된다. 실제 구매는 낮 12시에서 저녁 6시까지만 허용하는 셈이다.



이번에는 슈퍼마켓과 스포츠 용품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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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co...........Lillywhites


위 상점 모두 일요일에는 6시간만 운영한다.



"크리스마스에 외출했더니 상점은 모조리 문 닫고 지하철과 버스도 안 다니더군."


영국의 영업 제한 규정은 영업시간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대형 마트가 격주 휴무를 실시하는 것처럼 영국의 상점도 반드시 휴무해야 하는 날이 있다. 부활절 일요일 (Easter Sunday)과 크리스마스 당일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연휴에 맞춰 쇼핑객이 붐빌 만한 시기에 영국의 상점은 문을 닫는 셈이다.


영국의 일요일과 공휴일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24시간 편의점이 즐비하고 연휴에도 영업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한국의 편리한 쇼핑 문화에 길들여진 후 영국에 왔다면, 상점 시간표부터 확인해야 한다.


"일요일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에 장을 보러 갔다. 마트 입구에서 '영업 종료 15분 전이라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부활절 일요일에 친구 집에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술이나 사 들고 갈까 했더니 상점이 문을 닫았다."


"크리스마스에 쇼핑하러 나갔다가 불 꺼진 상점의 쇼윈도만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David Veks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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