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인구주택총조사..꼭 참여해야 하는 이유

영국에서 두 번째 맞이한 Census

by 정숙진

2021년 3월 21일은 영국에서 인구주택총조사 (이후 "총조사")가 실시되는 날이다.


여느 총조사처럼 시일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므로, 3월 초부터 각 가정으로 배송되는 안내문에 따라 이 날짜 안에 참여하면 된다. 일찌감치 안내문을 받은 우리 집도 3월 첫째 주에 마무리했다. 내가 영국에 온 후 두 번째 맞이하는 총조사이다.


* 코로나19로 인해 스코틀랜드는 1년 뒤인 2022년으로 총조사를 연기한 상태다. 1801년에 시작된 영국의 인구주택총조사가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1년에 한 차례 중단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11년도 총조사에는 두툼한 설문지가 집으로 배송되었는데, 올해는 작은 봉투에 종이 두 장만 담겨 있었다. 이제, 총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하기 때문이다. 10년 사이 강산도 변하고 설문조사 방식도 변한 셈이다. 설문 내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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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배송된 인구주택총조사 편지와 안내문


영국의 인구주택총조사는 조사 내용과 목적, 진행 방식이 한국과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앞서 암시한 것처럼 다른 점도 있다.



영국의 인구주택총조사 (Census), 한국과 다른 점


1. 조사 빈도

5년마다 실시하는 한국과 달리 영국의 총조사는 10년 단위로 실시한다. 이건 UN이 권장하는 최소 빈도이기도 하다. 이 점이 아쉽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나 같은 외국인은 고국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그 사이 애를 둘이나 더 낳고 자동차도 한 대 더 장만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물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집 설문 정보에는 주소와 나이 말고는 큰 변함이 없다.


2. 조사 방식

영국에는 조사원이 진행하는 대면 질의 방식이 없다. 10년 전에는 종이 설문과 온라인 설문 중 하나를 선택했고, 올해부터는 별도의 요청이 없는 한 모든 가정이 온라인으로 참여한다.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이는 종이 설문지를 요청하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얻어도 되고, 컴퓨터 시설을 갖춘 동네 도서관을 활용해도 된다.


3. 질문 내용

주거지와 성별, 직업, 교육, 결혼, 자녀 등 개인 정보를 묻는 건 한국과 유사하다. 다만, 이번 해 영국의 총조사에 성적 지향 (동성애 여부)에 관한 질문이 추가되었다. 2014년에 동성간 결혼이 합법화된 영국에서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부부 형태 외에도 다양한 커플이 가정을 이루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조사 항목이다.


대부분의 문항에 성실하게 답변할 의무가 있지만 성적 지향에 관한 부분은 답변을 거부해도 된다. 영국의 총조사가 대면 조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답변이 한결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성적 지향 외에도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사생활을 밝히길 꺼려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 당연하니 우편이나 온라인 진행 방식이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4. 참여 의무

질문 수도 많고 가족 구성원에 대해 일일이 내용을 기입하느라 어느 나라나 설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조사원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우편이나 온라인으로만 참여하는 영국식 조사에 사람들이 얼마나 응할까 싶은데, 1991년과 2001년 총조사에 영국의 전체 가구 중 98%가, 2011년에는 94%가 참여했다. 우리 가족도 지금껏 설문조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만, 믿기지 않는 수치다. 독재 국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높은 참여율이 가능할까?


영국의 인구주택총조사 규정을 보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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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주택총조사에 거짓으로 답하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대 1천 파운드의 벌금에 처한다.


1천 파운드는 한화로 약 160만 원이다. 영국의 평균 월 급여가 2천 파운드 가량 된다. 벌금의 위력 때문인지 아니면 설문 불참자에게 쏟아지는 독촉 때문인지 영국의 총조사 참여율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다. 설문에 불참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달 급여의 반이나 되는 벌금을 부과하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불성실하고 비협조적인 가정에 내려지는 최대 금액이다. 실제 2011년에 실시한 총조사에서 최대 벌금형이 내려진 가정은 4곳이고, 나머지 266곳은 소액의 벌금형만 내려졌다.


우편물을 분실할 수도 있고, 조사 기간에 이사를 가거나 바쁜 일정으로 설문을 완료하지 못하는 이도 있을 텐데 어떻게 참여할까? 기한 내에 설문지 답변을 보내지 않은 가정에는 직접 방문하여 설문 참여를 독려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감기한을 넘기더라도 설문지 답변은 5월 초까지 유효하다.


커버 이미지: census.gov.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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