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엄마가 예쁘게 꾸미고 다니면 어떡해요?

by 정숙진

제목 그대로 나의 임신과 육아 시절, 옷차림이나 화장을 두고 주변에서 간혹 내게 하던 말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 시절이니 영국에서의 일이다. 그리고 저 말 그대로 한국어로 들었으니, 영국에 사는 한국인이, 조사만 조금씩 다를 뿐, 거의 같은 말을 했다. 나이 지긋한 노인도 아니요, 남편이나 친정, 시가 식구도 아니다. 대부분 내 또래이거나 나 보다 훨씬 더 어린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도 애를 키우는 엄마요, 아빠다.


나는 평소에 '맨얼굴 + 편한 옷차림'으로 다닌다. 영국에서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굳어진 습관이다. 그러다가 모임이 있으면 기본 화장에 비교적 화려한 옷차림을 한다. 그래서 내 평소 모습만 보던 사람은 놀라기 마련이다. 전혀 꾸밀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변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지만, 꾸밈 자체가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인의 모양새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임에 나갈 때 평소보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영국에 살면서 받은 영향이다. 임산부도 예외가 아니다. 튀어나온 배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파티용 임부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인과 체질이 달라서인지 겨울에도 임산부에게 찬물을 권하는 영국에서는 볼록해진 배를 가리지 않고 맨살 그대로 드러내고 다니는 여성도 있다. 그렇게 해야 몸의 열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문화에 살면서 나 스스로 주변 한국인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얌전하게 입고 싶지는 않다. 친구들과 클럽에 가려다 마주친 옆집 아저씨의 눈치를 보느라 옷을 바꿔 입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임신을 하고도 배가 많이 나오지 않은 편이라 임부복을 별도로 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애 하나만 낳겠다 계획하던 터라 평소에 입던 헐렁한 옷을 그대로 활용했다. 임산부임을 강조하지도 않았지만 임산부라는 이유만으로 수수하게 다닐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다니는 모습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건가?


- 임신을 하고 옷차림을 지적당하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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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를 하며 옷차림을 지적당하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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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도 아니고 더 이상 '애 엄마가~~' 소리를 들을 일 없는 지금도, 유독 한국인의 비율이 많은 자리에 가면, 내 옷차림에 대한 어색한 시선을 받는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나도 나 같은 옷차림으로 다니는 한국인을 처음 만나면 당황했을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에 안 맞는 용모라 보는 건 맞는데

그전에는 아무 지적 없다가 임신을 하고 애 엄마가 되는 순간 왜 문제라고 하는 걸까?

그 이유를 물어도 상대에게서는 이렇다 할 대답이 없다.


몸이 무거운 임산부에게 하이힐은 위험하다.

치마가 짧아서 몸이 차가워진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그런 차림은 불편하다.


등의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라 '무조건 애 엄마는 그러면 안 된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 식이다. 이 사람들은 내가 평소보다 '예뻐 보인다'라는 전제에서 한 말이긴 한데, '예쁘기는 한데, 애 엄마는 그러면 안 된다'는 무슨 논리일까?


임신했을 때도 안 되고

애 키울 때도 안 된다면

애가 몇 살 때까지 '애 엄마'라는 굴레를 가지고 살아야 하나요?

애를 다 키운 아줌마는 괜찮나요?

할머니는 어떤가요?

애 아빠는요?


애 엄마가 뭐 어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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