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영어 14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주제로 고민하거나 주변 사람과 논쟁을 벌인 기억이 있을 듯하다.
나는, '당연히 호랑이가 이기지!'라며 자신 있게 주장했다. 두 맹수가 한자리에 모인 걸 본 적도 없으면서 '호랑이가 몸집이 더 커서 싸움에 유리하다'는 밑도 끝도 없는 근거를 내놓았다. 위 사진을 보니 내 주장이 전혀 먹히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어쨌건, 위 장면이 담긴 영상에는 두 맹수의 대결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이 둘의 행동에서 영어 표현 하나는 배울 수 있다.
* 평가하다, 판단하다
'사이즈를 업 한다고?'
카페에서 라테를 한 잔 시키려다 레귤러에서 라지로 사이즈를 바꾼다는 뜻이 아니다. 또한, 앞서 나온 호랑이와 사자의 대결 구도에 적용시켰을 때, 몸싸움에 유리하도록 몸집을 부풀린다는 뜻도 아니다.
사자와 호랑이, 두 맹수가 만나자마자 상대에게 덤벼들 줄 알았는데, 이들은 서로를 응시하며 주변을 맴돌기부터 했다. 싸움에 들기 전 경쟁자의 몸을 훑어보고 약점을 노리는 것이리라. 진정한 싸움군의 자세다.
이처럼 두 개체가 상대를 평가할 때 Size up이라고 한다.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 사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동물뿐만 아니라 동물 대 인간의 대결, 인간끼리의 대결도 해당한다.
흥미로운 건, 대결 관계가 아닌 평범한 인관 관계, 특히 우호적인 관계에서도 이런 표현을 쓴다는 점이다.
투우사와 황소가 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둘 중 누구 하나라도 상대에 대한 Size up을 잘못했다간 칼에 찔리든, 뿔에 찔리든, 발굽에 짓밟히든 잔인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둘은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지만, 눈만은 상대에 대한 평가를 멈추지 않는다. 시합 전 두 선수의 만남이다.
권투나 프로레슬링 경기를 즐겨 본다면 이와 유사한 장면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응시하는 동안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이런 상황을 Size up이라고 한다. 내게는 그저 '눈싸움' 정도로 보이지만.
이번에는 포뮬러 1 선수들의 Size up이다. 같은 팀 소속이지만, 이들도 결국 경기에 임하면 경쟁자가 되기에 서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스포츠 현장이라면 여여 대결도 빼놓을 수 없다. 여자 WWE 선수들이 시합에 앞서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스포츠든 몸싸움이든 남녀가 1대 1로 대결을 벌이는 광경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하다. 아무래도 남자가 불리해 보인다.
카페에서 마주친 낯선 여성이 마음에 드는지, 남성이 뒤쪽을 바라보며 Size up 하고 있다.
즉, 반드시 적대적인 관계에서만 Size up을 하지는 않는다. 거래처 관계자 혹은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상대에 대해서도 평가가 필요하니까.
커버 이미지: Photo by Long 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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