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챌린지를 하루도 빠짐없이 해오던 1월의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틀 전 독서를 끝내고 인증 사진을 찍으려 할 때 일이다.
독서 여부를 인증하기 위해 책 이미지가 보이는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앱이 까맣게 변하면서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평소 같으면 이 단계에서 독서 기록을 남기라는 메시지가 뜰 텐데.
일시적 오류인가 싶어 다시 사진을 찍어도 또 휴대폰을 껐다 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브런치 앱을 지우고 다시 깔아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 그 예전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처럼 사고가 발생했나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도 그런 기사는 안 떴다. 그럼, 사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시스템 장애인가?
이유를 몰라 갑갑해하다가 '독서 챌린지 문제'로 브런치를 검색해 보니 나와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글은 없었다.
대신,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은 있었다. 나처럼 시스템 오류가 아닌 챌린지 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으로, 결국 이 때문에 챌린지에 참여하지 않겠다거나 이미 참여했다면 중도 하차한다는 글이었다. 내가 원하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호소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브런치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어떻게든 답변이야 듣겠지만, 나는 이미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 이를 문의했고, 조사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답변을 받아 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로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과정을 거치고 싶지는 않다. 한 달간 실시되는 챌린지인데, 문의와 답변을 거쳐 앱 오류를 해결하고 나면 챌린지는 이미 종료되었거나 시행 중이라도 경쟁의 의미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남과의 경쟁을 목표로 참여하거나 상품에 눈이 멀어 시작한 챌린지도 아니다. 상품이 뭔지도 모른다. 설령, 뽑힌다 해도 영국까지 보내줄 지도 의문이다. 그저 개인적으로 독서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을 뿐이다. 일시적 참여이긴 하나, 독서 문화에 내가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기쁠 것 같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오늘부로 독서 챌린지를 중단하려 한다. 전체 챌린지 기간 중 반을 채우고 내린 결정이라 아쉽긴 하다. 총 6권의 책, 2천 여 페이지, 50여 시간의 독서를 진행한 상태다. 챌린지 기록으로는 남기지 못하지만, 지금도 독서는 계속하고 있다.
다른 작가님의 챌린지 현황을 살펴보니 이 부분을 생략하거나 작성하더라도 간단히 몇 자만 남겨두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번 독서 챌린지는 독서를 꾸준히 하는 일에 초점을 두는 행사이지 독서 노트에 글을 많이 남기거나 잘 쓰기가 초점은 아닌 듯하다. 어찌 되었든 내게는 상관없다. 이미 이 독서 노트 작성에 꽂힌 상태니까. 이 챌린지가 끝나고도 계속 독서 습관으로 유지하고 싶다.
하루 동안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나의 생각을 더하는 글만으로도 한 페이지 분량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읽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내용이나 이해되지 않던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읽는 행위보다 더 즐거운 과정이다. 여기에다 욕심을 더하자면, 글쓰기 훈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2주가량 꾸준히 독서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시스템 오류가 아닌, 다른 문제점도 겪긴 했다.
1. 종이책이 아닌 형태의 독서는 참여가 불편하다.
2. 독서 노트 작성은 휴대폰 앱으로만 가능하다.
3. 라이브 독서 기록, 나름 신선한 방식이지만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나는 90% 이상의 독서를 오디오북에 의존한다. 나머지 10% 미만도 전자책으로 채운다. 이런 상태에서 종이책을 기반으로 하는 챌린지 참여가 편하지는 않다.
종이 표지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책 내역이 자동으로 뜨나 본데, 오디오북은 물리적 실체가 없기에 일일이 책 제목을 입력해 찾아야 한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책을 찾아내니 다행이다. 영국에 살다 보니, 영미 권 저자의 책도 원서로 많이 읽는데 이런 책도 모두 검색에 뜨니 이 또한 다행이다 싶었다.
오디오북은 20분에서 30분처럼 시간 단위로 독서를 하니, 페이지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니, 어느 페이지에서 시작해, 몇 페이지까지 읽었다로 표기할 수가 없다. 이번 독서 챌린지에서 페이지 기록이 힘들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 또한 금방 적응했다.
오디오북의 전체 재생 시간과 종이책 버전의 페이지수를 수학적으로 비교하면, 한 시간가량의 독서 시간을 페이지수로 환산할 수는 있다. 물론, 이것도 복잡하다.
인증 사진을 찍을 때도, 읽고 있는 책 페이지를 직접 보여줄 수는 없으니 개인 독서 노트에 마련해 놓은 책 이미지를 펼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독서 노트 작성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챌린지를 반겼다. 문제는, 휴대폰 앱으로만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휴대폰으로 메시지 작성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컴퓨터 자판에 훨씬 더 길들여진 구세대인 데다 굳이 컴퓨터를 눈앞에 두고 휴대폰으로 글을 작성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맞춤법 검사도 힘들고 생각을 정리하기는 더 힘들고 말이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
그래도, 이번처럼 휴대폰으로 내용 입력이 필요한 때면 내가 쓰는 방법이 있다. 페이스북에다 비공개로 메시지를 작성해 놓았다가 이걸 휴대폰으로 열어서 해당 글을 복사한 후 브런치 앱에 가져다 붙이는 식이다.
앱을 켜놓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신선한 방식이긴 한데, 굳이 내가 읽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인증할 필요가 있나 싶다. 앱 실행 도중, 급하게 다른 용무를 처리할 수도 있고 책을 다 읽고도 앱을 끄지 않는 바람에 독서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게 표시될 수도 있고 말이다.
무엇보다, 나의 사생활을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단순히, 오늘 XX 페이지에서 XX 페이지까지 읽었다,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아쉽지만, 브런치 독서 챌린지는 이제 끝내고, 나만의 독서 (노트 작성) 챌린지를 이어가려 한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Derek Prince Ministries on Unsplash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