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Things like These by Claire Keegan
***스포일러 주의***
아일랜드 수녀원에서 수십 년간 자행되던 미혼모 대상 착취와 폭행 문제를 다룬 소설입니다. 주디 덴치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도 동일한 내용을 폭로하고 있지요.
석탄과 땔감을 판매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빌 펄롱은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가혹한 현장을 목격합니다.
지역사회에 깊게 영향을 주는 수녀원은 누구도 선뜻 그 뜻을 거스르기 힘들죠. 천주교를 신봉하는 아일랜드에서도 특히나 폐쇄적인 작은 지역사회에서 말입니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여성을 향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다’, ‘그 정도 벌은 받아도 된다’는 냉담한 시선이 짙고,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일에 아무도 문제 삼으려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더 이상 모른 척하지 않기로 합니다.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 단골 식당 사장까지 만류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주요 고객이요, 일요일마다 가족 모두 미사에 참여하고 딸들이 음악 강습을 받고 합창단 활동까지 하는 수녀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곳 원장까지 간섭하지 말라 경고하던 일입니다.
자신도 미혼모에게서 태어났고 그런 엄마와 아들을 보호해 주는 따뜻한 손길이 없었다면 두 모자는 수녀원에 있는 저들처럼 비참한 생애를 보내야 했음을 아는 그가 이번 일에 눈 감아버리면 딸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될 것이기에. 평생 후회할 것이기에.
위 글은, 창고에 갇힌 소녀를 구출하여 집으로 데려가면서 주인공이 하는 생각입니다. 한겨울 날씨에 맨발 차림으로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추위와 공포에 떠는 낯선 여성과 함께 있는 펄롱을 다들 의아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고통받는 이를 곁에서 보고도 모른 척한다면 인간으로 살 자격이 있을까, 또 그런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자처할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물론, 다들 말리는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향해 더 큰 고난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책에서 발굴한 문장을 활용해 낭독과 필사를 하는 북클럽입니다.
사전에 공지한 책을 미리 읽어보세요. 영어로 완독 하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한글 번역본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로 감상해도 됩니다. 물론, 그냥 참여해도 됩니다.

주어진 문장을 따라 읽거나 종이에 적고 혹은 컴퓨터 화면에 옮기다 보면 문장 구조와 단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이곳에 제시된 문장이 아닌, 본인이 직접 찾아낸 감동적인 문장, 영화 대사, 한국어 번역문을 활용해도 됩니다. 이왕이면, 댓글로 남겨 다른 회원들과 공유해 보세요.
1.
펄롱과 아내는 밤에 잠들기 전 그날 겪었던 일에 관해 서로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면서 제목에서처럼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죠. 번역서 제목 그대로 이 자리에 썼지만 작은 것들, 소소한 것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부부가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난 뒤 나눌 만한 대화입니다. 이런 대화 중 하나가 바로 이야기 전개에 큰 역할을 하는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소한 일처럼 이야기 나누지만, 누군가의 사소한 노력이 모여 큰 변화와 결실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2.
1985년, 지금과 사뭇 다른 아일랜드의 보수적 분위기에서 미혼모가 겪어야 할 일에 대해 사람들은 굳이 알려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깁니다.
마을에서 누군가는 수녀원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또 누군가는 옷감이나 수공예품을 공급하겠죠. 뿐만 아니라, 수녀원 화단을 관리하거나 건물을 수리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편, 수녀원의 도움으로 자녀 교육을 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물질적, 종교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수녀원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다고 한들 이를 고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가만 내버려 두라고 말리기까지 할 정도죠. 이를 들추려다 오히려 고발자 스스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펄롱 또한 수녀원은 물론 마을 주민, 주변 상공인에게까지 석탄을 공급하고 있는데 그를 통해 거래하던 이들이 그의 행동에 반감을 가지고 등을 돌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사자는 물론 그에게 딸린 식구까지 배척하여 이들의 삶이 당장 삭막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3.
네드 아저씨와 펄롱이 친척이라 착각할 정도로 둘이 닮았다는 사실에 주인공은 새삼 놀라고 맙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친근하게 대해주던 아저씨이고 어머니와도 함께 오랜 세월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던 분이죠.
네드 아저씨가 펄롱의 친부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껏 이 아저씨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만합니다. 소설이 짧다 보니 그 내력을 속속들이 밝히지 않아 독자 입장에서 제가 마음대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네드 아저씨와 비밀 연애를 하던 중 어머니가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고 가정해 보죠. 당장 결혼할 사정이 되지 않은 탓에 둘 사이 일은 비밀로 하자고 어머니가 신신당부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 결혼을 하자고 약속까지 했지만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말죠.
조금 더 불행한 버전을 생각해 보면, 네드 아저씨가 어머니를 짝사랑하다 겁탈을 해버리고 그 결과 펄롱이 태어나고 맙니다. 그에 대한 책임으로 청혼을 하지만, 어머니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네드 아저씨와 결혼할 수는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합니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또 의문이 생기더군요. 미혼모가 낳은 아들이 마흔 살에 이르도록 친부가 될 만한 인물이, 그것도 생김새마저 닮은 이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았을까,라고 말입니다. 분명 미혼모에 대해 온갖 소문이 무성했을 텐데 왜 펄롱은 그런 소문을 진작 듣지 못했을까, 입니다.
짧은 길이 덕택에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Don Quixote by Miguel De Cervantes
커버 이미지: amazon.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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