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나무궁전 Oct 10. 2023

싫어하는 일 말고 좋아하는 일만 할 순 없을까

도망친 곳에서 낙원 찾기

싫어하는 일 말고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순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외주를 주면 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외주를 주는 데에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은 나의 몫이다.


한 가지 일에는 다양하고 크고 작은 수많은 일들이 포함된다. 영상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기획-촬영-편집이라는 단계가 있고, 또 그 안에 수많은 다양한 일들이 있다. 좋아하는 일 하나에 포함된 수많은 일들 중에는 싫어하는 일, 피하고 싶은 괴로운 일도 물론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촬영이었다. 영상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촬영만은 피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에 반해 촬영 현장은 촬영 때마다 헤쳐 모여로 스텝이 새로 구성된다. 잔뜩 긴장된 마음은 쉬운 일도 생각이 정지되는 멍청이로 만들어버린다. 또한 외부 로케이션 시 일반인들에게 촬영 협조를 구하거나 출연 부탁, 즉석 현장 연출 등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대처를 해야 하는데, 나는 이런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친한 사람 몇 명과 팀을 이루어 활동을 했다면 잘 해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팀을 만나진 못하였고, 버티기엔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영상을 만드는데 촬영을 건너뛰려면 오로지 컴퓨터로 작업을 시작하고 끝내는 영역에 있으면 된다.

그래서 촬영을 하지 않는 후반 작업, 음향 편집, 영상 편집, 모션그래픽 등으로 영역을 옮겨갔다.

하지만 이 분야는 또 하나의 거대한 분야였다.

얕은 기술력이었지만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오면서 조금씩 기술을 다져갔다.

하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것에 비해 나의 기술력은 보잘것없었고, 결국 끝까지 가보기 전에 재능 없음을 발견하고 뒤를 돌았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마음 한 구석에서 도망자, 회피자라는 말이 떠돈다.

“그냥 촬영하기 싫어서 도망간 거네.”

“재능 없다는 건 핑계야. 재능이 그냥 생겨? 노오오력을 안 한 탓이지. “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도망치고선 다른 분야에서는 잘할 수 있을거나 같아?”

온갖 번뇌가 나를 괴롭혀왔다.


“근데, 끝은 어디인데?”

“이 정도 했으면 끝까지 한 거야.”

“아닌 거 같으면 일찍 포기하고 다른 거 하는 게 낫지.”

한쪽에선 나를 옹호하는 말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포기하고 도망간 거로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내가 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좋아하는 일이어도 그 안에서 좋아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큰지, 싫어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강력한지에 따라 이 일을 지속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 영상이라는 한 분야 안에서 이리저리 떠돌면서 나는 결국 영상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했던 건 무언가 주체적으로 기획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었다.

주체적으로 시작하여 스케치로 큰 그림을 그린 후 하나씩 세부적으로 그려나가는 것.

그것은 영상이 아니어도 되는 일이고, 방식은 무엇이든 내가 더 잘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이 분명해졌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강화하여 싫어하는 일은 외주를 주자!

이제 나만의 스몰 비즈니스를 만들어볼 차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트라우마의 발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