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새초롬하게도

by 별빛서가


꽃비가 내렸다.

나도 모르게 숨을 허업! 하고 들이마셨다.

예상치 못한 작은 바람에 벚꽃잎이 하릴없이 흩날렸다.


아까워! 내 봄이 날아가는 것 같아.

살짝 손을 뻗어 봄을 잡아보고 싶었다.

손가락 마디 사이로 휘익 봄이 빠져나가 버렸다.


봄은 찰나였다.

애절하게 기다렸건만

내 수고로움은 알은 채도 않고

바람을 타고 내 곁에서 멀어져만 갔다.


더 눈에서 멀어지기 전에,

봄을 소유하고 싶어서였을까.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봄이 프레임에 담겨버렸다. 과거로 남아버렸다.


찰칵찰칵찰칵.

간절한 만큼 내 손은 더 빨리 버튼을 눌렀지만,

바람이 망가뜨린 봄의 흔적만

길거리에 꽃잎 무덤으로 남겨졌을 뿐.


바닥에 뭉그러져버린 꽃잎은

이제 봄이 아니다.

주말에는 봄비가 내렸다.

나의 봄은 비에 떠내려갈 테지.

물웅덩이에 남겨진 꽃잎 뭉치에는

봄이 없다.


조금은 더 따사로워진 햇볕만이

봄이 지나간 자리에,

곧 여름이 다가올 것이라고 기침을 할 뿐이다.


세 계절을 돌아 다시 만난 봄이건만,

참으로 새초롬하게도 머물다간다.

나의 어느 때 청춘(靑春)처럼.


봄은 인간의 간사함을 이미 알고있어서일까

아마 여름이 오면, 난 사진첩에 묵혀둔 봄을 잊겠지.

지나간 것보다 다가올 것이 더 설레니까.

나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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