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서가 Jul 31. 2021

별빛서가 '책 에세이' 시작합니다.

- 읽고, 쓰고, 말하는 삶

유리멘탈, 팔랑귀. 내가 나를 표현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이다. 작은 것에 쉽게 흔들리고, 남의 말에 상처도 꼭꼭 담아두는 편이니까. 또, 소소한 칭찬 한 마디에는 어깨를 들썩거리는 깃털처럼 가벼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40년을 가까이 살아오면서 문득, 내 삶에 '중심'이라는 게 있었을까? 어떠한 달콤한 말이나 야유에도 흔들리지 않을 가치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를 참는 날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 일하는 엄마의 뒷모습만 보고 자란 외로움 때문에, 내 아이들과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니까. 임신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었고, 이따금씩 프리랜서로 글 밥을 먹으면서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 난 '작가'라는 제대로 된 타이틀을 달지는 못했다. 당장 육아와 살림에 허덕이다 보면 하루가 화살처럼 지나가 버렸고 때때로 들어오는 원고만 쳐내는 정도였다. 


속절없이 시간은 가고, 난 우울감에 흠뻑 빠져버렸다. '나'라는 사람이 '쓸모'는 어디에 있을까? 2,000자 원고에 빼곡히, 매일 글을 썼지만 그건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글자당 몇 원에 팔리는 텍스트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난해 느닷없이 찾아온 팬데믹 상황은 내 손과 머리를 꽁꽁 묶어버렸다. 꿈같은 것은 꾸지 말라고, '엄마'로만 충실히 살아보라고. 24시간 육아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난 '나'를 너무나 찾고 싶었다. 


지금 일어나는 재난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으니, 어떤 방법으로 숨을 쉴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이 되면, 그 적막이 좋았다. 소파에 앉아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 빛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무얼 할까?"


스마트폰을 들고 맘 카페와 의미 없는 검색들을 하고 나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러려고 내가 늦게까지 깨어있었던 건 아닌데... 불면증이 찾아왔고, 다음날이면 여지없이 '후회'가 밀려왔다. 아이들보다 늦잠을 자는 무기력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겨우 눈을 비비고 냉장고에서 반찬거리 몇 개를 꺼내 주고는 다시 침대에 눕는 일이 반복되었고, 또 스마트폰에 빠져버렸다.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 목소리마저 소음처럼 느껴지고, 사방은 귀찮은 일 투성이었다.


이건 아닌데...... 또르르.


나만 힘든 건 아니겠지? 하고는 휴대전화 속에 있는 연락처를 뒤적이면서 여기저기 전화도 걸어보았다. 푸념과 후회, 한숨이 뒤섞인 말들을 토해내고 나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한두 마디로 시작했던 통화는 1시간, 2시간. 아이들은 티비를 보고, 난 넷플릭스를 보면서  같은 공간에 따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루에 그렇게 지나가고, 또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때로는 쓰나미가 되어 내 마음을 할퀴었다.


정말, 이게 네가 원하는 삶이야?! 


식탁에 앉아서 고개를 떨구었다가 다시 시선을 옮겼을 때, 책장에 오랜 시간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책과 눈이 마주쳤다. 생각날 때마다 신나게 사두었던 책들이 먼지와 함께 얌전하게, 공손하게 책장에 꽂혀있었다. 세상 밖을 나와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뭐라도 읽어볼까? 그래도 명색이 글로 먹고 산다는 사람이 인터넷 뉴스만 보는 건 체면이 안 서니까. 뭘 알아야 또 글로 풀어내지 싶어서, 책을 펼쳤다. 그렇게 며칠이나 갔을까. 혼자 읽으려니 잠도 쏟아지고 영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독서모임을 찾아서 가입해 버렸다. 언택트 시대니까, 줌(Zoom)으로 집에서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는 데다가 그렇게라도 '어른들끼리 대화'를 하고 싶었다. 


독서모임에는 한 가지 미션이 있었는데, 바로 '서평 쓰기'였다. 책을 읽고 소감을 남기는 일. 어린 시절 '독후감 쓰기'를 끔찍하게도 싫어했기 때문에 그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째 또 일이 이렇게 굴러간단 말인가. 한편으로는 책을 덮는 순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마법 같은 일'을 자주 경험하니까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통해서 '내 이야기'를 써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


그래, 나의 이야기를 담자.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줏대 없는 내 삶에 '무엇이 있는지' 책을 통해서 바라보자고 다짐했다. 틀에 박힌 '독후감' 말고, 나와 책이 나누는 대화를 '책 에세이로' 담아보았다. 몇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고, 반응은 따스했다. 독서모임 멤버들의 격려도 있었고, 그 원고를 바탕으로 '팟캐스트'도 개설했다. 얼마 전에는 200명이 넘는 분들 앞에서 책 리뷰로 발표를 하기도 했고. 



읽고, 쓰고 말하는 삶을 살자. 브런치 매거진 연재로 간다!  

책을 가까이하고, 다시 내 글로 풀어내는 일을 반복하면서 나 자신을 조금씩 신뢰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쓰는 일. 나를 찾아가는 일. 삶의 중심을 '나'로 당겨오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나처럼 '흔들리기 선수'인 누군가가 있다면 '별빛서가의 책 에세이'를 통해 위로나 공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생겼다.


매주 1권, 책 에세이를 연재하려 한다. 무척이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주관적으로 읽고 생각난 것들을 자유롭게 펼쳐놓을 예정이다. 책을 고르는 데에는 기준도 없고, 에세이니까 별다른 형식도 없다. 그냥, 편안하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로 '토닥토닥' 하고 싶다. 연재한 글은 팟캐스트 '별빛서가'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