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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서가 Aug 28. 2021

일상이 흔들리면, 난 구인광고를 찾는다.


'프리랜서 기자', '프리랜서 작가', '프리랜서.....'

또 뭐가 있더라? 내가 할 수 있는 일, 특히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길을 잘 걸어가다가 발을 헛딛을 때처럼, 난 가끔씩 일상에 엇박자가 나면 구직 사이트에 접속한다.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느끼다가도, 주변에서 누군가 '승진'과 같은 직업적인 성취를 얻는 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부럽다. 또, 남편의 월급 다음날쯤 되면 이달에 쓸 수 있는 돈을 계산하다가, '내가 같이 벌면 더 좋을 텐데......'하고 그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주고 싶기도 하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쓸모 있는 인간인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 저절로 구직 사이트를 찾는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살아온 지도 벌써 8년. 아주 애매한 경력을 가진 전업주부가 되어버린 것 같은, 경력 단절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그 어딘가에서 '내 존재감'을 찾고 싶을 때가 많다. 직장이라는 사회 전선으로 나갈 용기도 없으면서 '돈'과 '일'은 가지려는 욕심이 불쑥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주부'의 탈을 쓰고 있지만, 난 부캐로 '글쓰는 일'을 택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그나마 프리랜서로 하던 일도 '글에 집중하겠다'고 그만 두었는데, 나의 하루는 '글'보다는 '육아'에 더 진심이다. 남편은 글쓰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주겠다고 식세기까지 들여놓았는데, 난 집안일에 더 진심인 상태가 되어버렸다. 식세기가 손을 덜어주는 시간동안 청소에 더 많은 애를 쓰고 있으니, 그 다음은 로봇청소기 차례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집안일의 굴레에 갇혀있다 보면, '다시 일을 구해야 할까?'하고 마음이 들썩인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집 근처에는 내 경력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이 거의 없으니 다시 검색어에 '프리랜서'를 넣어서 온라인 인력 시장을 기웃거려본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잡지 기자' 경력을 살려봐야겠다 싶어서 <프리랜서 기자>를 입력해본다. 검색 결과는 아주 생소하고, 영세한 잡지사들의 리스트가 올라오는데 '현장 취재와 인터뷰', '25~35세' 정도의 나이 제한에서 딱 걸린다. '이 몸은 집밖을 마음대로 나다닐 수가 없으니, 다른 일을 주오.'하고 다른 검색어를 떠올려본다.


<프리랜서 작가>는 어떨까? 아직 책은 못 냈지만, 글을 쓰는 일이라면.....?! 하고 키워드를 넣으면,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영상 대본 작가'나 '단행본 편집', '콘텐츠 기획/제작' 등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를 창작하는 건 대학 때도 잘 못던 건데, 40대의 초짜 아줌마를 써줄까? 싶기도 해서 혼자 마음이 쪼그라 든다. 이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게 검색에 검색을 이어가다가 결국, 내가 덤벼볼 수 있는 일은 <블로그 마케팅>, <원고작성 프리랜서> 이런 종류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거라도....해볼까 싶어서, 상세 요강을 들어가면 원고료가 건당 채 1만원이 되지 않는다. 아, 짜고 짜고 또 짜다. 염전도 아니고. 한 글자, 한 글자 긁어모아서 소금 같은 글을 써도 그것밖에 안주다니!! 시간이 흘러도, 대학 때나 지금이나 '글 값'은 글쓴이가 들인 정성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것 같다.


한 때는 단순히 '일이 너무 하고 싶어서' 건당 6천 원짜리도 써본 적이 있는데, 그건 정말 자존심을 팔아먹는 일이라 한달만에 그만 두었다. 가본 적도 없는 곳의 후기를 사진만 보고 실제 겪어본 것처럼 생생하게 써달라는 주문도 있었고. 카페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어서 돌아가면서, 다른 사람인 척 게시글과 댓글을 달아달라는 사례도 있었다. 난 거짓말에는 재주가 없어서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해 버렸다. 그래서 가끔 맘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병원이나 맛집 질문은 거르게 된달까.



어떻게 하면, 내 글의 값을 더 올릴 수 있을까?!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 찾다보면, 종종 원고료를 적지 않게 쳐주거나 대우가 괜찮은 곳을 발견하게 된다. 단, 조건은 '기명 기사 제출'이라던가, '공모전 경력'을 요구하는 곳들이다. 내가 내 이름으로 기사를 쓴 것은 벌써 10년은 족히 된 일이고, 공모전이나 신춘문예와 같은 곳에는 글을 내본 적도 없으니 자동 탈락이다. 아, 한숨. 난 도대체 8년 동안 뭘 쓴 걸까.


두 손 바르게 모으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해본다. 내가 지금 당장, 내가 가진 재주로, 내가 만족할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고용하거나, 내가 '일로써'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그늘에서 글을 써왔으므로, 난 쓰는 행위에만 익숙해져 있었는지 모르겠다.


또, 나의 목소리와 생각을 '글로써' 세상 밖에 던진 것은 불과 1~2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일반 직장인들이 하루에 8~9시간 이상을 '자신의 업'을 위해 노력한 것에 비하면, 난 그만큼의 정성을 쏟지 못했으니 아직 나는 초짜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육아에 그만큼을 쏟았으니 우리 아이들에게는 8년 차 프로 엄마이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이건 좀 위안이 된다.


그럼, 난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내 글 값을 올리기 위해, 지금껏 소소하게 쌓아온 것들을 키워볼 차례인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만의 스타일로 작성하고 있는 <책 에세이>, 그 내용을 토대로 잔잔한 위로를 주는 <별빛서가 팟캐스트>, 육아에 무척 진심인 이야기를 담은 내 일상도 꾸준히 적어야겠다. 또, 나만 보면 아까운 영상들에 대한 소개와 깨달은 것들을 적고 싶고....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생각보다 글감이 꽤나 있다.


때로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 틀 밖으로 벗어나려고 안간 힘을 쓸 때가 있다. 혹은 내 손에 쥔 것이 너무 보잘 것 없고 초라해 보여서 어깨가 축 쳐질 때고 있고. 주변 사람과 비교하다보면, 마음과 눈은 나에게서 한없이 멀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더 멀리 나를 떠나보내기보다는 '내 손에 무엇이 쥐어있는가?'를 적어보면 어떨까.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면 '답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나에게서 멀어지는 순간, 난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할지 모른다.

내가 나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라는 지구를 끌어안을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둘다 어차피 모르는 거라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를 잘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오늘도 난, 이렇게 '한편의 글'로써 '나'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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