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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 첫마음으로

하루에 한 번씩 써 보는 동시 –29-

by 이기규

말벌집


발야구하다

등나무 덩굴 위로

올라가 버린 공

기다란 장대 들고

공 따러 가요


등나무 덩굴 위

배구공 옆에

배구공만큼

커다란 말벌집


윙윙거리는

날갯짓 소리에

부리나케 선생님께

달려가요


소방관분들이 와서

벌집을 따고 나서야

벌벌 떨던 배구공도

내 품에 돌아왔어요.


이제 말벌 따윈

한 마리도 없는

등나무 덩굴

올려다보면

배구공 크기만큼

동그랗게 뚫린 구멍으로

파란 하늘이 보여요.


배구공만큼 큰

집을 지으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부지런히 일해야 할까?


배구공만 한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벌들에게

아주 쪼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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