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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Sep 30. 2020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



1. 요즘 매일매일 하루에 2명씩 인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난다. 내 인생 이렇게 안녕할 사람이 많은 곳은 처음이다. 여기 사는 동안 외롭다는 생각을 달고 살고 많은 날이 우울했다. 그런데 이사 갈 때가 되자 안녕할 사람이 많다는 건 참 아이러니다.


2. 덕분에 오랜만에 얼굴 보고 밥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3. 각각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의례적으로 "그동안 보고 싶었어, 어떻게 지냈어?"라는 말을 묻게 된다. 그러다 밥을 다 먹고 각자 가야 할 역에서 안녕 앞으로도 잘 지내 라고 말하며 뒤돌 때 꼭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을 내가 보고 싶었나? 아님 앞으로 보고 싶지 않겠다 혹은 보고 싶겠다.


4. 보고 싶지 않겠다
밥보다 커피 한잔 할걸 하는 생각이 들었거나 그 날의 대화가 썩 물 흐르듯 흐르지 않았거나 침묵이 어색했거나 서로에게 귀 기울이지 않고 대화의 방향이 대척점이었거나. 별 감정이 들지 않았을 경우. 





















5.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말을 쉽게 남발하는 타입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주로 바뀌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 보고 싶다고 말을 할 때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그 사람과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다시 보고 싶어서 일 때가 있다. 그 사람을 보고 싶다는 말 안에는 사람 자체뿐 아니라 그 사람과 같이 한 대화와 공유한 공기들 까지 포함하고 있다.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을 적재적소에 해준 사람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같이 깔깔거리며 무의미한 말 한마디 주고받는 게 행복했던 사람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다른 듯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하며 서로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이 보고 싶을 때도 있고 별 말 안 하며 같이 밥만 먹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6. 요즘은 누가 보고 싶어서 보는 게 아니다. 봐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해서 얼굴을 보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우리는 어떻게 서로 알게 되었는지, 나랑 이 사람이 왜 가까웠는지, 우리가 몇 번의 밥을 먹었는지, 만나면 뭘 먹었었는지, 나는 이 사람이 언제 보고 싶었는지, 우리가 한 대화들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앞으로 또 어떻게 만나게 될지 만나고 나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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