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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Sep 24. 2020

잡히지 않는 인터넷과 여름 타호

세명이서 시끄럽게 다녀온 조용한 곳. 

걸어 다니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계획을 짜고 여행을 가는 건 관심이 없었다. 싫어하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알맞다. 작년 7월에는 미국 독립기념일을 4일 앞두고 한 번도 같이 여행 가본 적 없는 친구들과 타호 근처에 숙소를 잡고 차를 빌렸다. 


몸만 있으면 되는 운동은 좋아하지만 예를 들어 요가, 달리기, 걷기, 발레는 좋아하지만 도구가 있어야 하는 운동을 할 줄 모른다. 특히 자전거나 공이 필요한 운동, 롤러스케이트를 타거나 킥보드를 타려면 나는 탄다기보다 그 위에 가만히 서있다. 왜냐하면 탈 줄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운전을 할 줄 모르는 나는 네 시간을 얹혀 갔다. 














미국은 독립기념일에 어디서나 큰 불꽃놀이를 관람한다. 작년 타호에서는 바닷가에 다들 옹기종기 붙어 앉아 불꽃놀이를 기다렸다. 우리 옆에는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3세대가 한 곳에 모여 이불을 둘러쓰고 불꽃놀이를 기다렸다. 불꽃놀이는 보고 나면 어떤 모양이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날의 공기와 같이 본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타지에 나와 산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여행이라는 생각, 이방인이라는 생각, 이 공간과 삶을 현실이라고 잘 자각하지 못하는 탓인지 그래서 더 여행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유학 오고 나서 졸업 뒤에 오년이라는 시간동안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던 탓에, 여행을 갈 만큼의 돈을 모으기도 어려웠다. 어쩌면 타호여행은 돈을 벌게 되면서 다다음주에도 2주를 살 수 있는 돈이 들어올 것이라는 안정감에 지를 수 있었다.


타호는 아름다웠다. 산을 오르고 찬 물에 발도 담그고 잡히지 않는 인터넷을 붙잡고 무한 반복 재생된 검정치마의 노래도 좋았다. 휴가 온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 뒤에 이 여행으로 한달 긴축재정을 살아야 할 나의 조바심도 숨겨 놓고 싶었다. 


같이 여행을 간 우리 셋이 또 같이 여행을 갈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저 셋다 이제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셋이 무슨 대화를 나눴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여행이다. 여름 휴가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집과 동네가 아닌 곳에서 더 따뜻한 햇볕을 받고, 차고 맑은 물과 사람들이 떠들고 물장구 치는 모습을 보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고 시간이 지나면 장면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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