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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Sep 16. 2020

Mistakes can be a dance

Mistake can be a dance.

발레 선생님은 2주에 한번 꼴로 명언을 남긴다. 너의 실수도 춤이 될 수 있어. 어쩌지 내 인생은 실수투성이인데. 내 스물아홉 인생의 춤의 장르는 무엇일까. 



뉴욕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온 것은 실수였다. 사랑하고 어여쁘게 여기던 곳을 떠나는 결정은 쉽게 하는 게 아니구나. 아무튼 뉴욕에서 샌프란으로 이사 오고 살던 곳에서 일상적으로 하던 일들, 예를 들어 아무 생각 없이 발 닿는 데로 걷는다던가 열려있는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본다던가, 밤 열 시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집에 간다던가, 만나면 깔깔대는 친구네 집에 밥을 먹으러 간다던가, 고양이들을 만나러 봉사활동을 가는 등, 이 일상이 아니게 되면서 여기서 만들어 갈 일상을 고민한다. 아직도 매일매일. 







 그중 하나는 운동을 시작하는 거였다. 나는 달리기는 좋아하지만 시끄러운 운동을 싫어하고 시끄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러 간 요가가 잘 맞아서 오랜만에 다시 발레에 까지 생각이 갔다. 대학교를 다니면서부터 하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과 나이 들어 발레는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십 년을 보내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사오며 시작한 게 발레다. 새삼 글을 쓰며 거의 십 년이 지났다는 게 놀랍다. 


그래서 요가를 하고 발레를 한다. 요가를 할 때 나는 달의 얼굴을 가지기도 하고 시체가 되기도 한다. 발레를 할 때 태어나 한 번도 힘을 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근육을 알아간다. 요가와 발레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요가를 할 때는 땀 흘리며 도를 닦는 기분이다. 마음을 비우는 기분이다. 마음 힘든 일이 있었거나 마음을 시끄러울 때 하루 종일 오늘 밤에는 요가를 가야겠다는 생각만 한다. 발레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발의 방향 팔의 모양 힘을 줘야 할 근육들을 박자에 맞게 하나씩 신경 쓰다 보면 마음이 조용해진다. 조용함과 비운다는 것은 매우 다른가? 어떻게 다르지?






발레를 가면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 내 나이 또래 남녀를 불문하고 똑같이 바에 몸을 맡기고 같은 동작을 연습하지만 입을 꾹 다문 얼굴을 관찰하면 비슷한 삶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발레 스튜디오는 차를 타면 십오 분 거리에 있고 그 앞에는 홈리스가 가득하지만, 수요일은 내가 일주일 중에 가장 기다리는 하루다.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을 하나 더 알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요가는 가끔 선생님이 바뀐다. 항상 맡는 요가 선생님이 아닌 날은 복불복이다. 좋을 수도 있고 그저 그럴 수도 있고. 어제는 그저 그렇다가, 마지막 마무리에 

Something happened.

And something’s gonna happen.

We are in-between now.

라는 말에 위로를 받았다.



in-between이라는 말처럼 나는 아마 샌프란으로 이사 오는 큰 실수와 내가 또 저지를 미래의 큰 실수 사이에 작은 실수들을 매일 저지르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실수들이 이어지면 마치 춤 같을까? 


발레 선생님이 남긴 또 다른 명언은 이 수업에서 네가 worst 댄서같아도 다음주에 또 뉴비가 오면 걔가 worst 일 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말이었다. 너는 지금 새로 시작하는 거고 새로 시작하는 건 감사할 일이라고 했다. 새로 시작하는 일에는 더 많은 실수가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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