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으로 키토 하기
미국에 살면서 좋은 점은 사실 별로 없다. 하나를 꼽아보자면 다양함에 대한 존중이다. 존중이란 단어가 조금 귀하게 느껴진다면 사실 그래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렇다 라는 사고방식을 대부분이 가지고 산다고 느낀다. 적어도 나와 다르다는 점에 대해 쉽게 나무라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이런 사고방식은 사람이 무엇을 먹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이와 동시에 유행하는 먹는 방식이 많다. Whole Foods 마켓에 가면 요즘 트렌드인 식사법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내 주변 사람들 중에 골고루 먹고싶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식사법을 지키는 사람들로 나뉜다.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매우 신경을 쓰는 사람들 중에 키토를 실천하는 사람과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둘이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반대의 식단이다. 키토를 생각하면 고기와 버터가 떠오를 테고, 비건을 생각하면 초록초록 채소들이 떠오를 것이다.
나는 그 중간의 식단을 생각하고 실천해보고 싶었다. 이 식사법을 해야겠다 라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소화에 장애가 많았던 나는 병원에서 아무런 이상도 없고 위가 작은 것이니 새 모이만큼 먹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당시에 나는 겨우 바나나와 요플레 반 컵을 한 끼로 겨우 소화하고 있었는데 이미 새 모이만큼 먹는다는 나의 말에 더 적게 먹어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무책임해 보였다. 그렇게 혼자 뭘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뭘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지 집에서 이것저것 해 먹어 보고 사 먹어 보기도 했다.
가장 소화가 잘되던 음식은 야채와 부드러운 과일, 부드러운 음식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밀가루나 빵, 파스타, 쌀밥, 그리고 좋아하진 않지만 먹고 싶은 고기류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특히 밀가루와 면 종류는 극약이었다. 적은 양을 먹어도 위로 넘어가는 통로가 막혀서 결국에는 게워내는 삶을 거의 3년을 살았다. 혹시 뭘 먹고 토한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거나 고민을 말하면 거식증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으로 오해를 할까봐 쉽게 말을 꺼내거나 의논하지도 못했다. 알음알음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책을 통해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3년 반이 지난 이번 여름, 우연하게 정말 우연하게 소화효소를 검색했다. 나는 사실 영양제 덕후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매우 고생했던 1년이 있었다. 뉴욕에 살던 시절에 관광 온 친구를 데리고 간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을 찾아 아무 식당이나 뛰어들어간 기억을 생각하면 아직도 서늘하다. 그때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스트레스 해소나 마음의 안정 보다도 아침마다 공복에 챙겨먹은 유산균 두알이었다. 유산균을 꾸준히 챙겨먹었더니 배에 가스가 찬다거나 작은 증상들은 여전히 있지만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찾아 뛰어다녀야 하는 일은 없어졌다.
몸으로 직접 영양제의 효과를 겪고 나니, 소화효소에 대한 글을 보았을 때 한번 시도해볼까 라는 생각이 쉽게 들었다. 소화효소 말고 위산 부족의 경우에도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 다는 글을 보았는데, 왠지 '산' 이라는 글자는 소화효소보다 무섭게 다가왔으므로, 일단 소화효소를 시도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