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융합과 협력을 기반한 미래 사회과학의 전망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의 다재학적 관점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by 장진호 Bearpd

20세기가 물리학 및 생물학을 위시한 자연과학의 시대였다면, AI 시대인 21세기는 사회과학이 인류의 지적 지평을 확장하고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페니실린의 발견이나 핵에너지 개발과 같은 20세기의 기념비적 성과가 인류의 물질적 환경과 생물학적 생존 가능성을 극적으로 향상했다면, 현시대의 사회과학은 인간 행동의 본질과 그 동인을 규명함으로써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AI의 진화 속에서 인류의 집단적 복리를 증진할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본고는 예일대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Nicholas Christakis) 교수가 주장한 21세기 사회과학이 직면한 세 가지 혁신적 변화의 물결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어떻게 재구성하며, 나아가 생성형 AI, 초고령사회, 그리고 사회적경제와 같은 시대적 과제 속에서 미래 사회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 다각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487280_104770_17.png 출처: '사회학과' 없는 사회과학대학 …'추모식' 연 대구대학교 기자명홍아영 기자 입력 2024.11.08 17:57

사회과학의 혁신: 변화를 추동하는 세 가지 패러다임


의사이자 사회학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Nicholas Christakis) 예일대 교수는 21세기 사회과학이 세 가지 거대한 지적 조류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사회적 현상을 생물학적 기제와 연결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네트워크의 구조와 기능을 탐구하는 그의 연구는 본고에서 논의할 학문적 전환의 방향성을 명확히 예시한다. 이 세 가지 동인은 개별적으로도 강력한 변혁의 잠재력을 지니지만,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사회과학 연구의 범위와 깊이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첫째, 생물학과의 학문적 융합은 사회과학의 오랜 난제들에 새로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특히 사회과학의 핵심 주제였던 ‘협력(cooperation)’의 메커니즘은 두 학문 분야의 접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통적으로 사회과학은 게임 이론, 사회 규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인간 사회의 협력 현상을 분석해 왔다. 반면 진화생물학은 혈연선택, 상호 호혜성 등의 개념으로 유기체 수준의 협력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인간의 협력적 본능이 어떠한 진화적 과정을 통해 유전자에 각인되었는지, 그리고 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협력 행동을 조절하는지를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는 사회과학적 질문이 자연과학의 연구 방향성을 설정하는 고무적인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는 인간 행동 연구의 지평을 전례 없이 확장시켰다. 과거 사회과학자들이 상상 속에서만 구현 가능했던, 개인의 모든 상호작용과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개념은 이제 스마트폰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화되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생성형 AI(Generative AI)와 에이전트 AI(Agent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맥락을 학습하며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인공적 행위자(artificial agent)가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사회 시뮬레이션은 특정 정책이 도입되었을 때 사회적 갈등이나 여론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는 가상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사회 현상을 간접적 설문이나 제한된 관찰이 아닌, 실제 행동 데이터와 인간-AI 상호작용 데이터를 통해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 즉 ‘계산사회과학(Computational Social Science)’의 본격적인 심화를 의미한다.

셋째, 실험 방법론의 재발견은 사회과학에 강력한 인과관계 추론의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과 분산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대규모 가상 실험실(virtual lab)의 구축을 가능하게 하였다. 가령, 연구자들은 수천 명의 참가자를 온라인상에서 각기 다른 구조의 네트워크(예: 평등한 격자 구조, 소수에게 영향력이 집중된 허브-스포크 구조)에 무작위로 배치할 수 있다. 이후 새로운 아이디어나 행동 양식이 각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다르게 전파되는지를 관찰함으로써, 사회 구조가 정보 확산의 속도와 범위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 실험은 정보의 확산, 협력의 진화, 집단적 문제 해결과 같은 복잡한 사회적 동학을 탐구하는 데 있어 기존의 방법론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수준의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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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변화하는 연구 대상: 인간 본성의 동학(動學)

사회과학의 연구 방법론뿐만 아니라, 그 연구 대상인 인간 자체 역시 정적인 실체가 아니라는 인식은 21세기 사회과학의 또 다른 중요한 화두이다. 인간 기대수명의 변화는 이러한 동학을 극적으로 예증한다(수렵채집 사회부터 19세기 초까지 인류의 평균 기대수명은 25~40세 범위에 머물렀으나, 지난 200년간 위생, 영양, 의학의 발전으로 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70세를 상회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는 문화적, 기술적 발전이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평균 수명과 같은 거시적 지표를 넘어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에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인류의 문화적 행위가 역으로 유전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며 진화의 방향을 바꾸는 현상, 즉 ‘유전자-문화 공진화(gene-culture coevolution)’는 인간이 얼마나 역동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흥미로운 증거 중 하나이다. 그 대표적 사례는 ‘성인의 젖당 분해 능력’, 즉 '락타아제 지속성(lactase persistence)'의 진화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젖을 뗀 후 젖당 분해 효소(lactase)를 생성하는 유전자의 활동이 멈춘다. 그러나 약 1만 년 전, 인류 일부가 소나 염소를 가축화하여 우유를 안정적인 식량 자원으로 활용하는 문화적 혁신을 이루었다. 이러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성인이 되어서도 젖당을 소화할 수 있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는 그렇지 않은 개체에 비해 월등한 영양 공급원을 확보하여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 이 강력한 자연선택의 압력으로 인해, 목축 문화권(예: 북유럽, 일부 아프리카 부족)에서는 해당 유전자가 집단 내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는 가축화라는 문화적 행위가 불과 수천 년 만에 인간의 유전체 지도를 바꾸어 놓았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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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이르러서는 디지털 기술과 AI가 우리의 인지 방식과 사회 구조에 또 다른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은 인간의 창의성, 의사결정 과정, 나아가 자아 정체성 형성 방식까지 변혁할 잠재력을 내포한다. 개인화된 에이전트 AI가 정보 소비와 사회적 관계 형성에 깊숙이 개입하게 될 미래에는, ‘누가 누구인지 아는 능력’을 넘어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능력’마저 기계와의 협력 속에서 재구성될 것이다. 이는 사회적 관계의 본질에 심대한 변화를 초래할 새로운 연구 과제를 사회과학에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연결망의 기원과 기능, 그리고 그 응용


인간의 사회성 중 생식 활동과 무관하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우정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독특한 특성이며, 이는 예측 가능한 구조를 지닌 사회적 연결망(social network)의 기초가 된다. 탄자니아의 하드자(Hadza)족 연구는 이러한 연결망의 기원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크리스타키스 교수가 이끄는 예일대학교 ‘인간 본성 연구소(Human Nature Lab)’는 현대 문명과 교류 없이 수렵채집 생활을 영위하는 하드자족 구성원들의 친구 관계를 조사하여 그들의 사회 연결망을 지도화했다. 분석 결과, 그들의 네트워크는 현대 산업 사회의 네트워크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징들(가령 ‘친구의 친구는 나의 친구가 될 확률이 높다’는 군집성(clustering)이나, 소수의 개인이 다수의 연결을 독점하는 경향)을 수학적으로 동일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이는 인간 사회 연결망의 기본 구조가 도시, 국가, 인터넷과 같은 현대적 발명품의 산물이 아니라, 인류의 진화 과정 속에서 깊이 각인된 보편적 특성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연결망에 대한 이러한 심층적 이해는 현실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중 보건 개입 사례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개발도상국의 한 마을에 말라리아 예방을 위한 모기장을 보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무작위로 가구에 배분하는 대신, 사회 연결망 분석을 통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고 교류가 활발한 ‘중심인물’들을 식별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먼저 모기장을 제공하고 그 효과에 대한 정보를 교육한다. 이 정보와 행동은 그들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마을 전체로 퍼져나가게 되어, 결국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보급률과 사용률을 달성할 수 있다. 이는 사회과학적 통찰이 어떻게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공공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이다.

NBCONTENTSMYLOVEKBS_70000000402520_20250221_20250221132100___EDITOR_01.jpg 출처: <다큐 ON> 인류의 마지막 수렵 부족, 하드자와 함께한 3일| 디지털 KBS

새로운 연구 방법론의 도전과 윤리적 성찰


빅데이터와 가상 실험실이라는 새로운 연구 방법론은 무한한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여러 기술적, 방법론적, 그리고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 데이터의 신뢰성과 대표성,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는 끊임없이 검증되어야 할 과제이며,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기밀 유지에 관한 윤리적 쟁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빅데이터의 소유권과 공유 문제 역시 중요한 논쟁거리로 부상한다. 이 지점에서 ‘경제사회학(Economic Sociology)’의 관점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경제사회학은 경제 행위가 사회적 관계와 문화적 규범 속에 깊이 착근(embedded)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데이터는 단순한 기업의 사적 자산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의 산물이자 공동체의 자산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기업의 데이터 독점과 무분별한 상업적 활용을 넘어,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의 원칙에 기반한 새로운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이 요구된다. 이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게 데이터 접근성을 보장하고, 데이터 생성에 기여한 시민들에게 그 이익이 환원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논의로 이어진다.


결론: 융합과 협력을 통한 미래 사회과학의 전망과 사회혁신융합전공의 미래


21세기 사회과학은 생물학과의 융합, 빅데이터와 AI의 활용, 실험 방법론의 부활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동력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인간 본성이 문화 및 기술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동적인 과정임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사회적 연결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학제 간 ‘협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의사이자 사회과학자인 크리스타키스 교수의 연구 여정이 보여주듯, 현대 과학의 중요한 문제들은 더 이상 단일 학문의 경계 안에서 해결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향후 사회과학은 인간 행동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 협력의 증진, 정치적 양극화와 같은 갈등의 완화, 그리고 초고령사회, 생성형 AI의 도전,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모델 구축과 같은 시대적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거대 담론에 답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사회과학은 인류가 자신을 성찰하고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지적 도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본고의 저자는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로 1학기는 ESG와 지속가능경제, 2학기는 Age-Tech와 AI혁신 두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의 한양 학도들이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해 사회혁신융합전공을 부전공으로 선택하여 소셜 임팩트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 핵심 자원들에게 부족하지만 넘치지 않는 지혜를 제공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다재학을 넘어 초재학적인 사회과학을 지향하는 사회혁신융합전공은 시대의 성찰적 과제를 수행하는 최선의 지혜로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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