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컨설턴트의 여러 가지 기업 이야기
필자는 현재 컨설팅펌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교육 기획부터 제안, 운영, 강의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해왔고, 해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고객사와 학습자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오고 있다. 그중 얼마 전 있었던 임원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임원이란 어떤 존재인가? 필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직장의 예를 들어보자면,
1. 임원은 자신의 사무실이 별도로 있다. 그렇지 않다면 파티션으로 둘러 싸인 최소한의 개인 집무 공간이 있다.
2. 회사로부터 승용차가 지원이 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전용 운전원이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3. 모든 복지혜택에서 일반 직원들과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
4. 매우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가 지급된다.
마치 천국에서 일하는 사람 같지만, 다음의 항목들도 그들에게 해당된다.
1. 새벽 출근이 일상이다. 대기업일수록 그 출근시간은 가히 경이적이다.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그들의 출근시간은 일반 직원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이르다.
2. 밤에 평화롭게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퇴근 시간 늦는 거야 일반 직원들도 비슷하지만, 그들은 사무실에서도 보다 각종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면서 매일 밤 시간을 보낸다. 직원들과 술자리를 할 때는 절대 갑이지만, 퇴근 후의 모임은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3. 실적에 대한 압박이 엄청나다. 모든 것은 숫자로 평가되고, 여차 할 경우 집에 가야 한다.
숫자뿐만 아니라, 오너 혹은 윗 상사인 중역에게 사소한 일로 찍혀(?) 집에 가는 경우도 있다.
4. 식상한 말이지만,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임원들에 대한 것들이다. 임원들과는 절대 사적으로 친해질 수도 없고, 그렇게 되기도 싫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만, 필자가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 모 중견그룹의 임원의 교육장소에서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모 중견그룹의 신임 임원들을 위한 교육이었다. 완전 신임 임원도 있었지만, 임원이 된 지 1년 정도 된 임원들도 섞여 있었다. 현업에 너무 바쁜 나머지 임원에 대한 교육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사업의 확장으로 다양한 출신의 임원이 모이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임원에 대한, 특히 신임 임원에 대한 교육을 경영층에서 지시를 하였던 것 같았다.
회사에서 벗어난 그들은 교육장소에 오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보기도 하고, 끊임없이 통화를 하면서 업무지시를 하였다. 보통 기업에서 교육을 할 때는 몰입의 이유 때문에 사무실에서 떨어진 곳에서 교육을 실시한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언제든 업무가 가능하게 된 폐해가 아닐까 한다. 그래도 실무자들이야 당장 없어도 대체 가능한 인력들이 있을지 몰라도 임원의 경우에는 대체 가능한 인력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전화는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고, 메일도 계속 오는 듯했다.
하지만, 교육이 시작되고 나서는 최대한의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임원들이라 그런지 일단 교육에 임해서는 전투처럼 집중하는 모습도 남달랐다.
교육을 진행하다가 솔직하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기록해 본다.
1. 임원이 되어 보니 외롭다. 팀장까지는 그래도 입사동기도 있고, 선후배도 있어서 그리 외롭지는 않았는데, 임원이 되고 보니 너무 외롭다.
2. 임원이 된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팀장 때까지는 위의 임원이 "비빌 언덕"이 되어 주었는데 내가 언덕이 되고 보니 막막하기만 하다. 나만의 "비빌 언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3. 임원이 된다는 것은 내가 부하직원들의 우산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누군가의 우산 밑에서 별 탈없이 일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까지 왔고, 이제는 나도 후배들을 위해서 우산이 되어 주어야 할 것 같다.
4. 임원이 되고 보니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지시와 설득.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섞어 써야 한다.
팀장일 때는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바로 나이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어느 정도 지시가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팀장들을 상대로 지시를 해야 하는데, 그들은 역시 만만치 않다.
5. 정치
팀원일 때는 사내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가 아니라 경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왜 일은 안 하고 매일 자리도 비워가면서 저리 정치에 몰두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임원이 되고 보니 물론 본인의 영달만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본인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특히 임원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내외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투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수학적인 계산으로만은 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이 나오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6. 시간관리 : 시간에 쫓긴다.
정말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느낀다. 더구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24시간 일을 해야 한다. 심지어 사우나할 때도 핸드폰을 가지고 가야 한다.
7. 경청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꼰대질을 할 때도 많다. 그리고 나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끝까지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잘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경청을 잘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8. 실적과 성과를 위하여 비전을 제시해야 함
리더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임원이 되고 보니 조직원들에게 우리 조직의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의 성과를 위해서 이끌고 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매우 궁금하다. 예전처럼 무조건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9. 마치 작두를 타는 기분
수많은 판단을 해야 한다. 직원들은 언제나 나에게 와서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한다. 더구나 구체적인 자료 없이 뭔가를 선택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 선택하는 것은 임원의 몫이다. 선택 하나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힘들다.
10. 기쁨은 잠시. 책임감이 무겁다.
임원이 처음 되었을 때는 너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하루도 가지 못했다. 임원이라는 이름이 가져오는 그 책임감이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그 무거운 책임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힘들고 무섭다. 특히나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들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외롭다.
11. 오너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직원이었을 때보다 오너(혹은 최고경영자)와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가 바라는 색깔을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두렵다. 나만의 색깔이 있는데, 임원이 되어서 나의 색깔만을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2. 위에서 아래를 볶아 대는 구조
결국 임원은 아랫사람을 볶아 대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 모그룹의 경우 그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그 그룹의 실적은 아주 좋다. 결국 쪼아야만 하는 것인지 생각이 많이 든다.
13. 나머지 인원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나 혼자만 일을 잘한다고 임원이라고 말을 할 수없다. 내가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그 여건과 자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임원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4. 화를 낼 수 있는 능력
화를 내는 것도 중요한 스킬이라고 생각한다.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 화를 내야 할 때 정확하게 화를 내야 한다. 대부분의 리더와 임원은 개인감정을 일에 섞어서 화를 낼 때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는 감정적인 반발만 가져올 뿐다. 그렇다고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임원 혹은 리더가 아닌 것 같다. 슬기롭게 화를 내는 법이 매우 중요하다.
15. 원칙 있는 리더 ( 권위 아님)
원칙 없이 잔소리만 늘어놓은 사람을 꼰대라고 하는 것 같다. 분명한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사람이 진정한 권위 리더가 아닐까?
간단하게 정리를 하자면, 난 임원이 될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임원이 되고 보니 필요한 능력이 너무나 많고, 학습이 필요하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들의 발언 내용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인가가 필자에게는 더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었다.
바로 리더가 될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임자를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서 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 혹은 조직에서는 때에 따라서 승진을 시킨다. 보통 상급자 평가, 개인 실적 등이 모두 망라되어 점수가 되고, 흔히 말하는 "나래비"가 세워지고 차례대로 진급을 하는 것이다. 승진이 되고, 특히나 승진 후에 팀장과 같은 보직자가 되었을 때 당사자가 갑자기 달라진 역할과 일에 대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될까? 하물며 직원에서 임원으로 신분이 바뀌게 되면 상전벽해처럼 역할이 달라질 터인데, 준비 없이 이 역할에 임하게 될 때의 실패는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복잡한 이론을 보지 않고서도 결과는 눈에 보인다. 조직에서는 결국 보고 배울 사람이 전임자밖에 없다. 전임자가 하던 것을 그대로 차석자는 배우게 되고, 본인이 승진했을 때, 똑같이 하게 된다. 물론 본인의 색깔도 조금은 입혀지겠지만, 업무적으로는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전임자의 방식대로 그대로 일하게 되면 달라지는 환경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실패를 하게 될 확률이 매우 크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 GE는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오면서 더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정 최고경영자에 의해 흔들리거나 기울어짐 없이 꾸준히 성장한다. 왜 그럴까?
많은 이들이 아는 것처럼 GE는 세계 최고 수준의 리더십 교육기관인 크로톤빌을 보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GE는 상위 레벨의 리더가 되기 전에 그 역할 수행에 필요한 역량들을 미리 학습을 하게 된다. 물론 핵심인재처럼 누군가를 콕 집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위 레벨의 리더로 승진할 수 있는 대상자 전부가 학습자이다. 이렇듯 예비리더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킴으로써 누가 리더가 되더라도 조직은 흔들림 없이 경영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이는 최고경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 유명한 잭 웰치 이후에 최고경영자로 등극한 제프리 이멜트도 미리 최고경영자 수업을 받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고, 경영권 승계 이후에도 매끄럽게 GE를 이끌고 나가고 있다.
미리 상위 리더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이야 말로 조직에 있어서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큰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 차원에서 꾸준히 각 계층에 걸맞은 교육과 상위계층 준비를 하는 교육을 병행해서 진행된다면, 그저 전임자를 따라 하는 것보다는 훌륭한 퍼포먼스를 이끌어 내는 리더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