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느껴지는 회의 이야기

일방통행 회의 이야기

by Kay

우리가 생각하는 회의란 무엇일까?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는 자리? 저마다 논리 정연한 자료를 들고 와서 첨예하게 싸우는 자리? 혹은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끝장토론(?)을 하는 자리?

다 가능한 얘기지만, 일부의 회의문화는 그렇지 않다. 먼저 제목은 회의지만 절대 회의가 아니다. 원래 회의란 서로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라고 알고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못하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회의는 이 순서에 따른다.


1. 열심히 회의 자료를 작성한다. 아랫사람들을 닦달해서 이것저것 자료도 챙기도 현황도 묻는다.

하지만 질문 수준이 아니라 취조하듯 꼬치꼬치 캐낸다. 어떻게 일을 하고 있어? 가 아닌 왜 그랬는데? 왜 그렇게 못했는데? 하는 질문이 주다.


2. 회의 자료를 작성하고 기타 부수적인 참고자료를 한 아름 싸들고 의관을 갖춘 다음 회의장으로

입장한다.


3. 회의를 주재하는 본부장, 실장 등등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보고를 받고 질문을 한다.

그 질문들은 주로 건설적인 질문들이 아닌 왜 그랬는데? 왜 그렇게 못했는데? 가 주류를 이룬다.


4. 열심히 현황을 보고하고 질문에 따라 자아비판과 핑계를 적절히 섞어서 발표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회의의 내용이 아닌 주관자의 기분이다. 기분 상하지 않도록 온갖 눈치를 보며 답변한다.


5. 주관자가 결국 "이렇게 처리해!"라고 말하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 대답하고 끝낸다.

본인 순서가 지나가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혼자만의 망상을 하면서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물론 주관자가 하는 말들을 기계적으로 다이어리에 기록한다.


6. 회의 후 기록한 것들을 부하들을 모아놓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속뜻을 풀이해 준다.

마치 성경을 가지고 설교하는 듯하다.



이 정도면 회의가 아니라 그냥 업무보고와 질책의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회의라는 이름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얘기 같을 수도 있겠지만, 재벌기업에서 사장단과 오너가 회의하는 자리도 저와 다를 바가 없다. 감히 오너가 말할 때 나불나불 대꾸를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기업의 최고위급부터 제일 말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보통 말하는 회의가 아닌 업무보고와 질책, 지시만 오가는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 참석자는 본인이 직급이 낮으면 침묵을 지키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한마디라도 변명하거나 의견을 말하면 "대리 주제에 말이 많아!!!" 란 얘기만 듣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하직원들 모아놓고 “ 자! 내 눈치 보지 말고 창의적인 의견들 좀 내봐!”라고 외쳐봤자 공허한 침묵만 맴돌 뿐이다. 왜 돈 들여 창의력 교육을 시키는가? 혹은 창의적인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그 고생들을 하는가? 결국 회사에 들어오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회의” 자리에서 할 말도 못 한 채 침묵형 인간이 되고 마는데…


모두가 평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회의”라는 이름 말고 다른 이름을 쓰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 : 국어사전


회의 4 (會議)[회ː의/훼ː이]

[명사]

1. 여럿이 모여 의논함. 또는 그런 모임.

2. 어떤 사항을 여럿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여 의논하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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