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만나는 발효의 장인들

한번 가면 오지 않는 나의 서류들~~~~

by Kay

사무실에서 발효 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자리에서는 된장, 청국장, 간장처럼 꾸리꾸리 한 냄새가 난다. 항아리도 없는데 잘도 냄새가 난다. 그러다가 그들의 서류함에서 냄새의 정체를 발견하게 된다.


몇 주 전에 올린 결재서류이다.

몇 주 전에 올렸건만, 싸인도 안 하고 그냥 묵히기만 한다. 푹푹 썩어 나는 서류를 보며 급하다고 나를 닦달할 때는 언제고 지금 그러고 있는 상사를 보면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의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그나마 몇 주 뒤에 본인이 그 서류를 가지고 그 위의 상사에서 결재를 받으러 가면 다행이다. 그러지 않고 그냥 서류 작성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상사도 있다. 본인이 싸인도 안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다. 나중에 얘기하자....


이유가 뭘까?


1. 일단 자신이 없다. 본인이 그 서류를 가지고 윗사람에 결재를 받을 자신이 없을 때 하염없이 묵히기

마련이다.


2. 윗사람의 눈치를 극도로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재의 타이밍만 노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눈치를 많이

보는 관계로 올려보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3. 혹은 정말 팀장 혹은 상사로써 전혀 시기에 맞지 않는 일을 일단 지시만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막상 일을

하고 보고를 받으니 그제야 내가 이걸 왜 시켰지 하고 후회하는 경우이다.


4. 정말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냥 하루하루 무사안일로 넘기는 사람이다. 정말 뒷배경이

든든하거나, 어차피 승진을 포기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거나...


상사 중에서 제일 멋진 상사는 본인이 지시한 일에 대해서 결재서류를 올렸을 때 까탈스럽게 결재를 하지만, 본인이 일단 결재한 이상 윗사람과 싸워서라도 윗선의 결재를 받아오는 사람이다. 일에 대한 자신감과 부하직원의 일에 대한 자존감을 제대로 세워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 가지 슬픈 것은 이런 상사일수록 회사에 오래 근무를 못한다는 것이다. 혹은 오래 근무를 해도 한직으로만 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조직의 정치논리와 상충되는 까닭이다. 이런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테마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정치 논리는 다음 기회에 여러 글을 통해서 썰(?)을 풀어 보기로 하고, 이번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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