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사냥개의 운명이 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돕는 Kay 작가입니다.
오늘은 두 가지 이야기로 시작해 봅니다.
(이야기 하나)
영화 ‘대부(The Godfather)’는 미국의 마피아 가문들의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마피아 가문들에는 가장 최고 리더를 보좌하면서, 행동대장들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직책이 있습니다. ‘콘실리에리’라고 하는데요, 기업으로 보면 CSO 혹은 COO 정도로 보입니다. 대부의 주인공 가문인 꼬를네오네 가문의 콘실리에리는 대부 비토 꼬를네오네의 아들 중 입양자 ‘톰’이라는 사람이 맡습니다. 대부 비토는 그의 가문과 주변을 평화롭게 이끌어 나갔지요.
이후 톰보다 동생인 마이클(알 파치노)이 나중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집안을 이끌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른 마피아 가문들과의 전면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때 마이클은 형인 톰을 '콘실리에리'에서 내려오게 합니다. 갑작스러운 인사발표(?)에 톰은 동생에게 이유를 묻습니다. 이에 마이클은 대답합니다.
형님은 전시의 '콘실리에리'로는 적당하지 않아요. 난 형님이 전선에 나가지 않고 후방을 지켜 주기를 바라요.
(이야기 둘)
토사구팽의 유래를 알고 계시나요? 중국 춘추시대 패권을 차지했던 월나라가 있었습니다. 월나라의 왕 '구천'을 위해서 '범려'와 '문종' 두 사람은 분골쇄신합니다. 하지만, 패권을 차지한 이후 범려는 구천과는 고난을 함께 할 수 있지만, 영화를 함께 누릴 수 없는 인물이라 평하며 월나라를 탈출합니다. 범려는 탈출 후,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잡아 먹힌다며 문종에서 탈출을 권유하지만 문종은 듣지 않습니다. 문종은 결국 반역자로 몰려 자결에 이르게 됩니다.
‘토사구팽’ 고사는 후에 한나라 건국의 공신인 대장군 한신이 결국 반역자로 몰려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널리 회자되었습니다.
기업의 성장스토리를 보면 많은 리더들이 등장합니다. 역사가 몇십 년에 이르는 대기업에는 창업주를 비롯해서 고비마다 등장했던 여러 리더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지요. 저 역시 역사가 오래된 기업부터 다양한 기업을 경험하면서 많은 리더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관찰하면서 느낀 점은 상황 혹은 단계에 따라 적합한 리더들이 많이 달랐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신입사원시절, 회사는 감자(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행위)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할당(?)을 받아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감자동의서를 받았었죠. 회사의 위기였습니다. 이때 CEO로 새롭게 오신 분은 영업의 귀재셨습니다. 민간, 공공 가릴 것 없이 공격적인 영업을 주도하셨고, 회사는 일취월장으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어느 정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은 이후에는 기획과 관리에 능통한 분이 CEO로 선임되었습니다. 회사 내부 출신이다 보니, 차근차근 능숙하게 내부 교통정리를 진행하셨지요. 이후의 CEO들도 회사가 처한 상황이나 지향점에 따라 강점이 분명한 분들로 계속 선임이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은 직원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리더들의 영향력이 빠르고 강력하게 미치게 됩니다. 그만큼 리더의 선임이 대기업보다 더 중요합니다. 성장의 초기에는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가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전문성은 기본이고, 일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들이 필요하지요. 이후 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 협력과 조화를 통해 공동의 목표에 나아갈 수 있도록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들이 필요해집니다. 혹은 퇴사자가 급격하게 많아지고, 조직이 흔들릴 때는 관리형 리더가 필요하게 되겠지요. 유능한 CEO 혹은 기업주는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리더들을 선임해야 합니다.
문제는 기업의 상황이 변할 때 발생합니다. 성장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고, 이제는 팽창한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 더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성장주도형 리더들이 기업을 리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은 흔들리는 조직을 잘 관리해서 위기를 넘기고, 다시 성장을 주도해야 할 때 관리형 리더가 계속해서 기업을 리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위에서 예시에 든 상황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결국 토사구팽은 전쟁주도의 리더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고, 통치와 관리주도의 리더가 필요한 시기에 발생했습니다. 전쟁만 할 줄 아는 리더는 빠르게 태세전환(침략전쟁전문가 → 국경방어전문가)을 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겠죠. 하지만, 태세전환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권력을 쥐고 놓지 않게 됨에 따라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토사구팽은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전시의 리더십과 평시의 리더십은 달랐던 것이지요.
마크 트웨인이 말했다고 하는데요(확실하진 않습니다.) 누가 한 말을 떠나 소름 돋을 정도의 통찰이 있는 말이 있습니다.
망치를 가진 자는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본다.
성장주도형 리더는 모든 문제를 그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면 해결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관리형 리더는 모든 문제를 규칙에 따라 통제하면 해결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해법이 필요한 것처럼 기업도 상황에 따라 다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특히 리더십이 조직에 빠르고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스타트업은 기업의 성장단계와 상황에 따라 빠른 리더십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창업 당시 공을 많이 세웠기에 적합하지 않은 리더십을 보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중용하는 것이 맞을까요? 영화 ‘대부’를 오랜만에 보면서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에서 HR 전반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