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회사와 전세의 공통점?

'나의 것'에 대한 이야기

by Kay

핸드폰을 손에 들고 엄지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커뮤니티를 방문해서 가장 Hot한 소식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댓글 장인들의 기발한 댓글에 감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산책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질문을 보았습니다.


회사의 전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순간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두 개의 단어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빠른 포기를 하고 정답을 보았습니다. 정답을 보았을 때 처음에는 허탈했고, 그다음으로 든 생각은 정말 촌철살인 그 자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의 전세의 공통점은...
바로 만기가 되어서야 내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월세와 달리 전세는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없습니다. 월세는 말 그대로 월마다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집은 내 집이 아니다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난 그저 이 집을 빌리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말이지요. 전세는 다릅니다. 내 집이 아니라는 것은 동일하지만, 매월 사용료를 내지 않습니다. 물론 전세 보증금을 대출받았다면 은행에 매월 이자를 내가 하지만, 은행에 내기 때문에 월임대료라고는 인지하기 힘듭니다. 그렇게 2년 동안 혹은 그 이상 전세로 살게 되면 내 집이 아니다란 생각이 무뎌지게 됩니다.



회사도 다른 의미에서 이와 비슷합니다. 월세와 비슷하게 매월 월급이 지급됩니다. 월급 외에 각종 복지혜택도 있습니다. 적당히 놀면서 일해도, 연휴가 있어도 매월 고정된 돈이 입금되기에 나의 육체가 회사라는 공간에만 있으면 당연히 나오는 돈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전세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연장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도 좋은 주인집을 만나서 벌써 20년이 넘도록 같은 월세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전세계약을 할 때 보통 이렇게 말을 하죠. 우리는 크게 돈 욕심 없으니 오래오래 그 집에서 살라고 말이죠. 그 말을 철석같이 믿습니다. 그렇게 월세를 내지 않고 내 집처럼 삽니다. (물론 은행에 전세보증금 이자는 꼬박꼬박 납부를 합니다.) 회사도 비슷합니다. 특히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의 경우 퇴사를 생각하지 않고 근무합니다. 삼국지의 조조처럼 내가 회사를 버릴지언정(이직) 회사는 나를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만기가 옵니다. 오래오래 그 집에서 살라고 했던 주인집도 갑자기 변합니다. 외국에 살던 자기 아들이 들어와 살아야 한다면서 이제 집을 빼달라고 합니다. 우린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던 회사도 사정이 어려워졌다면서 실업급여도 받게 해 줄 테니 사직을 권고합니다.



만기의 순간이 와서야 집도 회사도 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회사가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기에 갑자기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현실 같지 않습니다. 금방 다른 회사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지만, 앞자리가 4가 된 이후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나의 전문기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회사와 관련된 네트워크와 회사의 자산 사용법이었습니다. 대기업일수록 유니버스가 크기 때문에 이 유니버스를 벗어난 삶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명함에서 회사의 이름과 직책이 사라진 순간, 나의 이름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높은 직책을 수행했던 사람일수록 중소기업은 부담스러워 채용을 꺼려합니다.






그 옛날 경제학자 마르크스의 말처럼 생산수단의 소유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를 나오게 되는 순간 나에게는 아무런 생산수단이 없습니다. 생산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전문기술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국 나에게 남은 생산수단은 그냥 나의 육체뿐입니다. 회사에 있을 때 정기적금처럼 꾸준히 다른 생산수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소액이라도 정기적금은 언제가 만기가 옵니다. 도배, 목공 등 회사 다닐 때는 의미 없어 보이는 소액 같은 기술이지만, 이 기술도 꾸준히 적금처럼 쌓아왔다면 만기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현금을 적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생산수단을 위한 적금을 당장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가 내 미래의 삶을 결정하게 되니까요.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https://hahahahr.com/kay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0236?ucode=L-gqIVtp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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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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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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