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우리들이 런칭한 과외 중개 서비스는 나름 중박을 쳤습니다. 창업멤버 네 명이 두 개 조를 짰습니다. 한 조가 타깃 아파트를 선정해서 미리 관리사무소에게 문의하여 아파트 내부 게시를 위한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면 다른 한조가 공강 시간을 이용해서 해당 아파트를 방문하여 관리사무소의 직인을 받아서 홍보 게시물을 공식적으로 아파트 게시판에 게재했습니다. 당시 대학생 과외 게시물은 불법(?)적으로 게시하던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우리는 유료 게시를 통해 신뢰성과 전문성을 대학생 과외를 구하는 고객들에게 어필했습니다.
우리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과외를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도 우리의 서비스를 홍보하기로 했습니다. 당시는 아이러브스쿨 같은 학연기반의 커뮤니티가 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중고생들도 아이러브스쿨과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과외중개 서비스를 홍보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멤버 중 한 명에게 동생이 있었습니다. 동생에게 협조를 구해서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광고 게시물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을 공개한 사용자들에게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광고 메일조차 거의 없던 시기였습니다. 친구들끼리 간단하게 소식을 주고받던 수단을 우리는 광고 채널로 이용했습니다. 나중에 이메일 광고가 넘쳐나서야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1세대 스팸 메일러’라고 지칭하며 회상했습니다.
서비스는 중박을 쳤지만, 네 명이 이 서비스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는 수익이었습니다. 중개서비스 실무를 하는 아르바이트 한 명의 인건비와 우리 각자의 소액 활동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사무실 임차료조차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동아리 방에 기생(?)하고 있었기에 임차료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었던 우리의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멤버들 전원의 졸업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다 같이 모여 심각하게 논의했습니다. 다음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자본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도 특출 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든 자본이 든든한 경쟁자에게 순식간에 패배하기 십상이었습니다.
대학생활의 추억으로 남겨두자
그렇게 저는 벤처와 이별했습니다. 벤처와 이별하자마자 대기업에 취업하였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했습니다.
하지만, 벤처와 이별한 지 20여 년 후, 저는 다시 벤처와 만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