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중국 공산당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은 뛰어난 군사 전략가로서 공산당 수립에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일생동안 잘 씻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준다. 수영을 즐겨하던 그는 “가끔 물속에 들어가니 따로 씻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경악할 일이다. 그는 비록 비위생적이었지만 80살 넘게 잘 살았고 네 명의 아내를 생전에 만났다.
-마오쩌둥의 일화
몸을 씻는 이유는 나의 위생과 타인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몸을 씻어서 남을 배려하는 것을 포기한 대신 철저히 자신을 돌보았고 그 힘으로 나라를 통치했다. 지나치게 남을 신경 쓰지 않은 것은 이기적으로 보이나 그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으니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는지 염려하고 이타적으로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도덕적 압박감을 갖고 산다. 그로 인해 관계에서 지속적인 손해를 보아 힘들어하고 자신이 호구가 된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요즘 같이 경쟁이 치열하고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일수록 더 이해득실을 따지게 되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사이에서 어느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갈등하고 있다.
나는 나의 이익을 지키고 있나? 이기적이어도 되나?
이기심을 가져도 좋은 사람은 늘 손해를 보아 자신을 돌보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사람이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기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 행복'의 참뜻은 우선순위를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두는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즉, 자신의 그릇을 채우고 남의 그릇을 살피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그릇을 채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몫까지 욕심을 내면 '저급한' 이기심이라 말할 수 있다.
내 그릇이 채워졌는지, 아니면 손해를 보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간단해 보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해득실을 따질 때, 주고받은 돈을 셈하거나 즉각적인 거래에 손익을 고려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거래에 시차가 있어서, 내가 손해를 보는지 '객관적'으로 알기가 힘들 때가 더 많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에는 온통 손해 보는 사람(피해자)만 넘치고 이익을 보는 사람(가해자)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맞다면, 몇몇 사람이 이익을 몰래 독식하고 있거나 우리가 이해득실을 엉터리로 계산했다는 증거이다. 또한 우리가 계산한 '주관적인 손실'과 '객관적인 손실'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손해를 과장한다. 사람은 부정본능 (negativity bias)이 강하여 손실과 이익 중에서 손실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진화하면서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계에서 이해득실을 따질 때 이것은 문제가 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손해와 이익이 늘 함께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부부 사이에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있고 이익을 보는 것도 있다.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큰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부정 본능에 의해 손해에 집중하고 과장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부 관계는 갈등이 일어난다.
객관적 상황: 이익 > 손해 = 전체적으로 이익
부정 본능에 의해 왜곡: 이익 < 2x 손해 = 전체적으로 손해 (갈등)
호르몬 보상은 이익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물질적인 교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의 거래도 있다. 때로는 이것이 돈보다 더 가치 있을 수도 있다. 부부 사이에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옥시토신 호르몬 덕분일 수도 있다.
호르몬(x): 이익 < 손해 = 전체적으로 손해
호르몬(o): 이익 + 호르몬 > 손해 = 전체적으로 이익
마찬가지로 자원봉사, 재능기부, 운동 등의 것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낭비 (손실)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활동을 통해 호르몬 보상을 받아 삶의 동력으로 사용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물질적 손실을 호르몬 보상으로 보전하고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관계에 이해득실을 따질 때 호르몬 보상은 꼭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주 미숙한 주식투자자처럼 행동한다.
(1) 단기적인 손익을 너무 따진다. 대부분의 인간관계 (친구, 부부)가 주식으로 따지면 우량주라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투자자의 마인드라기보다 단기투자를 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의 오르고 내림에 너무 일희일비하여 관계를 망친다. 자녀와 배우자를 당장 고쳐 쓰려고 하는 욕심이 역효과를 내고 장기적으로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잘 알 것이다.
(2) 모든 사람으로부터 이익을 보려고 한다. 유능한 투자자는 포트 폴리오를 잘 짜서 부분적 손실을 감안하여 전체적인 이익을 높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단체 혹은 직장 생활에서 이와 같은 이치를 따르면,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빌런 몇 명 때문에 섣불리 다른 곳으로 옮겨 자신의 전체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실수를 저지를지 않을 수 있다.
(3) 손절매의 원리를 적용하지 못한다. 손해가 되는 관계를 끊으려고 할 때, 그 관계로부터 얻었던 유사한 이득을 낼 수 있는지 면밀히 따져야 하는데, 손해를 입고 있다는 생각에 감정적으로 그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가 있다. 그랬을 때 자신의 이익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이해득실 계산법은 조금 비이성적이다. 여러 가지를 감안하여 철저하게 따져보아도 손해 본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