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 중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사람은 배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실패를 겪는 것은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그리고 섣불리 도움을 주어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실패할 경험을 할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실패도 적당히 겪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은 짧고 실패가 우리의 자존감을 깎아 먹어 회복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나는 무엇이 부족했을까?'라는 고민을 자주 한다. 이런 고민들이 지난날에 대한 날에 대한 후회라기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이다. 물론 지나고 나면 모든 실패의 경험들이 인생의 자양분이 되고 좋은 글감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고생했던 것은 경험 삼아 괜찮았지만 내가 좀 더 지혜로웠다면 내 주변 사람을 덜 고생시킬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시행착오를 줄인 만큼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빨리 시작해서 나의 입지를 일찍 다질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오랜 기간 동안 공부해서 과학자가 되는 과정도 그랬고, 현재 직장 생활도 그렇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고 (이-기적)으로 사는 것인지 늘 고민한다.
우리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온갖 성공스토리를 들으면서 성공하는 방식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성공스토리가 말하지 않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진다. 해야 할 것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다 감안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꼼꼼히 분석한 실패담을 듣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요즘 투두리시스트 (to-do list) 보다 낫투두리스트 (not-to-do list)가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건강에 좋은 것을 하는 것보다,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건강을 지킬 확률이 높은 것도 그런 이치인 것 같다.
지난 실수와 실패를 잊어라. 자신이 해야 할 시도만 기억하고 실행하라. - 윌리엄 듀런트
시도를 많이 하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면 안 된다. 물론 확률적으로 시도를 많이 하다 보면 어쩌다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연에 불과하다. 이 경우 성공을 재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과학 실험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빨리 결과를 내고 싶은 욕심에 계속 시도를 하지만,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요행이 결과가 나와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해 나중에 똑같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분석 없는 잦은 시도는 단지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는 자기 위안을 줄 뿐이다. 그래서 우리 삶 속에서 우리의 시도 후에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실패와 실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도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한다. 과학자로서 일을 하다 보면 어떤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보통 실험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결과를 분석하는 것에 시간을 덜 쓰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만난 선생님은 나에게 노력의 20%를 실험(시도)에 쓰고 나머지 80%를 실험 결과(실패)를 분석하는데 쓰라는 조언 해주었고 그것이 틀리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을 나도 체득했다. 이와 같은 이치로 실패를 통해 분석해낸 것을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최적의 시도를 해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내가 크게 간과한 부분이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하고 경험을 쌓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둔 것이 패착이 되었다. 내가 들인 노력의 상당 부분을 멘토를 찾는데 쓰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어떤 사람들은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특별히 물려받은 인맥도 없다고 하소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리가 도움을 청하는 대상은 친한 대학 선배 정도로 제한되어있다. 생각을 넓히면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연령대의 멘토를 찾을 수 있다. 적극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또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나에게 딱 맞는 좋은 멘토를 찾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하기 힘든 것을 해야 인생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어른을 대하는 것이 편해져야 한다.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대체로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다. 약간 많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버지 뻘이나 할아버지 뻘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나이 많은 어른을 어려워하는 문화에서 자랐다. 마치 '어른에 대한 공경'이 '어른을 대하는 어려움'과 등식인 것 같다. 그래서 어른과 편한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이가 들면서 느낀 것이지만, 나이가 든다고 우리의 생각과 사고가 어릴 때와 비교해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듯이 우리보다 나이 많은 잠재적 멘토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른은 예의를 갖추어 대할 뿐 어려워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라야 어른과 가까이 잘 지낼 수 있고, 연륜 있는 멘토로부터 많은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멘토는 꼭 한 명이 아니어도 된다. 여러 명의 멘토가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가상세계에서 멘토를 찾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세상에는 멘토의 국적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외국에 있는 사람에게 (번역기를 돌려) 영문 메일을 보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궁금한 것이 있거나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외국에 있는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에는 삼고초려하여 멘토를 얻는 과정이 자주 나온다.
똑똑하고 지혜롭지 않으면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나아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경험을 통해서 사고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직접 모든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간접경험'을 많이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색을 하여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 으뜸은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공부하면서 읽었던 전공서적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독서 시간에 비해 글 쓰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적었던 것을 반성하게 된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스포츠 선수들이 100년 넘게 사용한 검증된 방법이다. 비록 우리는 운동선수가 아니지만 우리가 하려는 일의 각 단계를 상상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 이것을 활용하면 된다. 특히 나는 과학자가 되는 과정에서 이것을 많이 활용하였고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실험을 계획하고 수행하기 전에 전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하나씩 상상해본다. 특히 새롭게 하는 일인 경우, 이를 통해 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실수를 줄이고, 일의 집중도를 높이고 양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고력을 이용해 역량을 발휘하려면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워야 한다. 모든 것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몸이 건강하고 스트레스가 해소된 상태여야 우리의 뇌는 최적으로 작동한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우리의 뇌가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의식적 사고보다는 습관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휴식과 운동을 통해 뇌로 가는 혈액공급을 늘리고 신경전달물질을 분비를 촉진하여 뇌의 학습능력을 최대화해야 한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뇌를 제일 많이 쓸 시기에 운동을 소홀히 하고, 휴식이 부족한 삶을 살았다. 정말 힘든 시기에는 바닥난 체력과 부족한 휴식 때문에 아주 간단한 정보도 나의 뇌가 처리하고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딱 적당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