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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심 Jul 28. 2022

서랍글과 공개글을 대하는 마음 차이

나를 드러내는 용기에 대해


나의 서랍글과 공개글은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쓴 글 대부분이 서랍글, 나 혼자 쓰고 읽는 글이었기에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다. 한편으로 내 글을 공개하는 것이 남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글에서 나의 색깔을 잃게 될까 걱정된다. 아니면 공개글로 나도 모르는 "나 다움"을 끌어내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뭐가 될는지 공개글을 통해 시험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출처: https://persket.com/531


서랍글 버전:
“사소한 일에 친구에게 화를 내고 소리쳤다.”


공개글 버전:
“화를 참지 못 한 적이 있다. 너무나 사소한 것에 넘 화가 났다. 화를 내는 것은 친구에게서 나를 본 것일까? 화는 친구에게 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것이었다."


공개글은 장황하고 길어진다. 짧은 문장은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외롭게 느껴져 자꾸 글을 붙이게 된다. 글을 읽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글을 읽을 테니 어떤 관점에 맞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가득한 객석 앞 무대에 서있는 기분이다. 누구를 바라보아할지 모르고 떨리기만 하다.


공개를 염두에 둔 글은 나의 글인가?


나의 글이 독자를 의식하여 달라졌으니 내 글이 맞는지 낯설게 느껴진다. 아니면 나와 읽는 사람들이 함께 쓴 글인가? 글을 읽을 사람을 의식하는 동안 독자의 관점이 내 글에 녹아들었으니까.


서랍글은 알몸인 나 자신이고, 공개글은 신경 쓸 겨를 없이 급하게 옷을 입은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꾸미지 못해 옷을 입고 있어도 여전히 알몸인 것처럼 느껴진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게 보인다. 그리고 남의 시선 하나 몸짓(댓글, 좋아요) 하나가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일이 나에게는 부자연스럽다. 호들갑 떤다고 핀잔을 줄 수 있지만 나에게 용기가 필요하다. 남이 듣고 소화할 수 있게 조리를 해서 내놓는 것도 평소에 하지 않던 노력이라 서툴기만 하다. 근육이 하나도 없는 몸으로 헬스장에 처음 등록한 기분이랄까.


이 수고로움이 헛수고가 되어 영영 서랍글만 수북이 채우고 남은 삶을 살아갈까 무섭기도 하다.




남이 읽을지도 모르는 글을 쓰고 있다는 긴장감


학창 시절 부모님이 내 일기를 훔쳐보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일기를 써본 적이 있다. 처음에 너무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고 나의 일기를 몰래 본 다는 것에 화가 났다. 부모님이 친척집에 가서 돌아오지 않아서 바로 나의 화를 표출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늦은 밤에 부모님이 양손 가득 먹을 것을 들고 집으로 왔을 때,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는 것에 따져 묻고 화를 내는 것을 잊었다. 그리고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것 같이 느껴졌다. 어제 크게 느껴지던 일이 오늘은 별일 아닌 것 같았다.


다시 밤이 되어 일기를 쓰려고 일기장을 펼쳤다. 부모님이 또 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쓰기가 망설여졌다. 일기를 써서 부모님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길까도 생각했다. 그때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신의 편으로 위장한 첩자를 주인공이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날부터 부모님이 읽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부모님께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할 애로(요구) 사항을 일기를 통해 조금씩 넌지시 표현하기 시작했고, 내색은 안 하셨지만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빛이 더 따뜻해진 것도 느꼈다. 그 후로 첩자를 역이용하는 주인공처럼 나는 일기로 부모님과 “은근한” 소통을 이어갔다. (소통이 아니라 1인 방송?) 그리고 덤으로 약간의 긴장감이 일기 쓰는 것을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감추고 싶은 혼자만의 생각은 “진짜” 일기장에 따로 쓰기 시작했다.


긴장감은 몸에 피를 돌게 하고 평소의 나보다 많을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최근에 다시 느꼈다. 역병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회사 오피스에서 늘 하던 업무가 너무나 더디게 되어 깨달았다. 오피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 느꼈던 은근한 긴장감의 차이를... 남이 읽는 글을 쓰는 긴장감이 내 글에 풍미를 더할 길 바란다.


이제 서랍글에서 공개글로 바꾼 지 얼마 안 되어 아직은 혼자 읽는 일기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나만의 스타일로 가꾸어갈 내 글을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수고스럽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뭐라도 드리고 싶지만, 드릴게 딱히 없다. 하지만, 브런치에 처음으로 공개글을 쓰신 분들은 처음을 추억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아직 서랍글을 모으고 계신 분들은 저를 통해 용기를 얻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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