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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희 Aug 13. 2024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유튜브로 보다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떨어진다는 기사를 봤다.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수십 년 만에 한 번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매년 있는 이맘때쯤이면 생기는 일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맘은 원이로되 현실은 녹록하지 않지. 그래서 기사를 보고서 체념을 했다가 그래도 포기가 안 되어서 극대기인 밤 11시 30분에 베란다에 나갔다. 열대야라 훅훅 찌는 열감과 함께 하늘을 계속 쳐다봤지만 이런 빛이 많은 서울 한복판에서 보일 리가 있나. 결국 열대야의 묘미만 듬뿍 느끼고 다시 에어컨이 켜진 시원한 거실로 들어왔는데, 그때 스치는 생각. 유튜브에서 생중계해 주지 않을까. 역시였다.


모니터로 밤하늘을 생중계로 본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었다. 저게 분명 현재의 하늘이 맞을 것인데, 뭔가 무척 멀면서 진짜 하늘은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확실하게 나는 모니터를 통해서 녹색꼬리를 드러내며 떨어지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볼 수 있었다. 



아주 예전에, 9월 중하순에 새벽 3시 넘어서까지 달달 떨어가면서 마음 한켠에는 입 돌아갈까 봐 걱정하면서도 산 중턱에서 누워서 밤하늘을 본 적이 있다. 주변에 빛이 거의 없는 산중턱에 6명이 이불 몇 개에 의지해서 춥다는 소리를 연방 내면서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을 포기를 못하고, 떨어지는 별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책에서 유성이 매일 있는 흔한 일이라 하였는데, 정말 그렇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화려한 밤하늘을 보고 있자면 순식간에 슉 슉 떨어지는 것을 너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과 사는 항상 우주에서도 벌어지는 것을 알았다. 


그때 유성이 떨어질 때마다 와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몇 개를 봤다고 경쟁하였는데, 모니터로 유성을 볼 때도 반응은 똑같더라. 방에 혼자서 불도 끄고 오로지 모니터 하나를 보고 있으면서도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와아아아!'라고 소리치면서 지금까지 본 유성 숫자를 외치는 나를 보며 정말 이런 부분은 하나도 안 변했다 싶었다.


2시간 가까이 모니터로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보면서 과거의 이런저런 일이 계속 생각났다. 내년에는 육안으로 보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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