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이유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란 속담이 있다. 겉으로는 얌전하고 아무것도 못할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딴짓을 하거나 자기 실속은 다 차린다는 말이다. 좋은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다. 보통 앞과 뒤가 다른 경우에 쓰이는 속담이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별이를 키우면서 저 속담이 잘못 됐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공감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최소한 저렇게 뉘앙스가 나쁘게 쓰이는 것에 다소 마음의 걸림이 있다. 옛날 사람들이 고양이의 특성이나 습성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렇게 쓰일 정도로 고양이가 앞뒤가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별이는 그리고 고양이는 따뜻하고 푹신한 곳 좋아한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얼추 비슷하겠지만 고양이는 진짜 따뜻하고 푹신한 곳 좋아한다. 그리고 추운 걸 좋아하지 않는다. 별이는 침대시트나 이불을 새로 바꾸면 내가 눕기도 전에 먼저 침대에 올라와서 눕는 애였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푹신한 이불에 폭 쌓여서는 배를 보인 채로 비비고 뒹구르는 아이다. 그리고 별이를 키우면서 나는 우리집에 보일러를 틀었을 때 어디가 유달리 따뜻한지도 알았다. 별이는 유독 맨바닥을 싫어하는 아이여서 심지어 엄지손톱만한 종이 위에라도 앉아있는 애였다. 정말 맨바닥에 있는 것 안 좋아하는 그 별이가 맨바닥에서 앉아있고, 누워있는 경우는 보일러를 틀어서 바닥이 따뜻할 때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몇 군데에만 골라서 있었다. 덕분에 나도 이따금 따뜻하게 바닥에 앉고 있을 때면 별이가 앉았던 곳에 앉곤 한다.
겨울이 되면 고양이가 자동차 안에서 죽는다는 소리를 이따금 기사로 접하게 된다. 막 주차된 자동차는 열기로 의해 따뜻하니까 고양이는 얼은 몸을 녹이기 위해서 차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잠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침에 그 자동차 주인이 시동을 걸고 움직일 때 바로 눈치채고 차 속에서 빠져 나오면 좋은데 그러하지 못할 경우 끔찍한 일이 종종 생긴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보닛을 한두 번 쳐 달라는 당부도 한다. 그 소리에 고양이가 놀라서 차 속에서 빠져나오면 그러한 불상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건 다 고양이가 따뜻한 곳을 찾고, 고양이 액체설이라고 할 만큼 몸이 유연한 덕에 생기는 일이다. 강아지는 춥다고 차 속으로 들어가는 짓은 하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건 그저 따뜻한 곳을 찾는 것이다. 특히 추워지는 계절에는 따뜻한 곳을 찾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본능이다. 그리고 고양이는 높은 곳을 뛰어오를 수 있고, 좁은 공간도 들어갈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있으니 날씨가 추워질 때쯤이면 불을 떼서 따뜻한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서 추위를 이겨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 눈엔 다소 자기 잇속을 챙기는 형태로 보였을지는 몰라도 그저 고양이는 따뜻한 곳에 머무르고 싶을 뿐이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나는 그 속담이 썩 맘에 내키지 않는다. 거부감이 든다. 오히려 저 속담이 있는 것이 맘이 아프다. 고양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오해와 편견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나는 별이를 키우고, 이런 것들을 느끼면서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고양이랑 길고양이랑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그저 서식지가 집이냐 바깥이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길고양이들이라고 따뜻하고 푹신한 곳을 싫어할까. 좋아하지만 환경이 그러하지 못하고, 그런 것을 느낄 상황 자체가 안 되니 그러는 거겠지 싶으니까 가슴 한 구석에 찌르르 한 것이 눈에 계속 밝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