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스텐 304를 계속 부르짖으신 덕에 구석구석 찾아 예약까지 하며 2달을 기다려서 도착한 에어프라이어를 사실 오래동안 방치해놓았다. 우리 집은 전자레인지도 잘 안 쓰는 집이다. 그런데 에어프라이어를 쓸쏘냐.
하지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 쓰기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됐는데, 이 에어프라이어! 군고마가 된다! 어느 에어프라이어는 220도까지 안 올라가서 군고구마를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 집 에어프라이어는 된다고 하시더니 나 보고 빨리 구우라고 명하셨다. 결국 굽는 건 나였다.
처음엔 엄마 말대로 220도에 30분을 구웠는데 터졌다. 6개 구운 것 중에 1개가 터져서 에어프라이어 안이 난리가 났다. 닦느라 엄마가 고생했다.
그래서 두 번째는 220도에 25분을 구웠더니 괜찮았다. 세 번째는 220도에 20분을 구웠다. 괜찮았다. 네 번째는 220도에 21분을 구웠다. 20분 구운 것보다 그 1분이 뭐라고 더 괜찮더라. 그래서 20분에서 25분 사이를 대략 느낌적인 느낌으로 군고구마를 구워 먹고 있다.
이렇게 먹으니 고구마 한 상자가 사라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로 굽고 있지만, 비주얼이나 그 맛은 진짜로 바깥에서 파는 옛날 그 군고구마 느낌이다. (사진으로 그리 못 느껴도 실제론 그렇다) 누런 종이봉지에다가 고구마 담아다가 친구에게 갖다 주면 친구는 분명히 시중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사 왔다고 감쪽 같이 속을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로 구웠다는 걸 오히려 거짓말로 생각할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겨울이 되면 나무로 떼는 군고구마 장수를 항상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따금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사 오곤 했다. 항상 "큰 걸로 주세요."란 말도 절대로 빼놓지 않았다. 그 누런 종이봉투에 담긴 따뜻한 군고구마를 품에 안고, 또 식을까 봐 열심히 달려서 집으로 가곤 했다. 그러할 때 눈까지 내려주면 진짜 최고였다. 눈 내리는 것을 보면서 먹는 노랗고 따끈한 군고구마.
그런데 그런 모습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요즘은 붕어빵 파는 것도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인데 군고구마는 말할 것도 없겠다.
예전과 같은 아날로그 같은 감성을 계속해서 바깥에서 찾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사회와 세상이 변했는데, 그걸 계속 고집해봤자 수요도 많지 않다. 변해가는 세태 속에서 나는 아쉬운 대로 그 아날로그 감성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찾는다. 그와 더불어 뱃살도 포동포동하게 만들어지는 건 내 착각이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