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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희 Dec 16. 2021

반려동물과 함께 하며 깨닫는 것(7)

고양이가 요물은 요물이다

   별이는 중성화수술을 했다. 맨 처음에는 할지 말지를 다소 주저하긴 했는데 수의사가 해 주는 게 좋다고 했다. 동물도 사람과 똑같은 질병에 걸리고, 중성화수술을 안 해주면 나이 들어서 자궁 쪽으로 문제가 생기니 이왕이면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해 줄 것이라면 발정기를 겪기 전에 해 줘야 덜 아프다고, 할 것이라면 빨리 해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따로 새끼를 내어 누구한테 주거나 팔 생각은 없었으므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수술을 해 준 후 별이는 무탈하게 잘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별이가 이상했다. 갸르르릉 거리면서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취했다. 계속 별이가 울음소리를 내고, 행동이 이상한 것을 보면서 발정기가 아닌가란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은 하자마자 바로 머리에서 지웠다. 왜냐하면 이미 중성화수술을 해 주었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렇다하게 아픈 것 같진 않은 상황에서 발정기를 겪을 때 하는 행동들인 듯하여 며칠이 지난 후에 설마설마 하는 마음에 동물병원을 데리고 갔더니 발정한 게 맞단다. 순간 황망하고 어이 없어서 "이 애 중성화수술 해줬어요. 거기 기록에도 있을 텐데요?" 했더니, 수의사도 차트 보고 중성화수술 한 건 확인했는데, 이 상황은 발정기가 맞단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빤히 쳐다보니 수의사 왈, 수술이 잘못된 것 같다.


   엑스레이 찍은 것도 보여주면서 중성화수술 할 때 조직이 완벽하게 제거가 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조직이 다시 자라나서 결국 중성화수술 하기 전과 같은 상태가 되어 현재는 발정한 상태라고 부연 설명을 하는데 순간 짜증과 화가 함께 몰아치는데 그렇다고 막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수의사가 별이를 중성화수술 해 준 수의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동물병원 수의사가 바뀌었던 터라 이전에 있던 수의사 잘못인 상황이라 현재의 수의사한테 뭐라 따지자니 그렇고, 또 다시 별이를 재수술을 시킬 생각을 하니 머리에서 열은 올라오는데 참 갈 길 없는 감정이었다. 결국 재수술을 했고, 아무래도 전 수의사가 잘못한 게 있어서 그런지 이번엔 아예 자궁부터 그에 관련된 조직을 다 떼내어버리고는 그 증거물을 나한테 보여주었다. 그렇게 별이는 두 번의 중성화수술을 해야 했다. 별이는 이제 발정기를 겪을 확률은 완전히 제거된 셈이다.


   그리고 1년 후, 별이는 다시 발정기를 맞이했다. 온가족이 발정한다고 바로 직감했다. 왜냐하면 1년 전에 재수술하기 전의 상황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만 내 눈으로 이미 제거된 조직마저 보았기 때문에 발정이란 생각은 바로 머리에서 지운 후에 "고양이가 요물은 요물이구나"라고 읊조렸다. 엄마 또한 그렇게 읊조렸다. 그때 상황이 외할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중환자실에 계신 상태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시작된 별이의 발정과 비슷한 행동에 가족은 집안에 우환이 생기니 별이가 그것을 직감하고 저러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병원에는 데리고 가지 않았다.


   이윽고 별이의 발정과 같은 상태는 멈추게 됐는데, 외할머니가 소천하셨을 때다. 장례를  치루고 집으로 돌아오니 별이는  이상 발정한 상태가 아니었고,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사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별이 딴에는 자기 방식대로 외할머니를 애도한  아닐까 생각한다. 별이도 별이 나름대로 외할머니가 보고 싶고, 안타까워서 그런 것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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