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요즘.
고개를 돌리기 불편할 정도로 임파선이 부었고
잇몸은 시리다가 못해 약한 통증으로 변하였으며
때로는 불면증으로, 가끔은 새벽 5시에도 자연스레 눈이 떠질만큼 건강이 안 좋아졌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1. 업무 시간을 비교해보자.
절대적인 업무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작년에는 밥먹듯이 야근을 했다. 9to6가 시작된 시기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우리팀과는 상관이 없었다. 팀장님은 모두 다-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했고, 일을 도맡아 가져오시길 좋아했고, 윗사람은 그런 팀장님에게 일을 시키시는 것을 좋아했다.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고 10시 퇴근은 행복한 일이었다.
반면 올해 팀장님은 신데렐라 드라이버다. 자녀들의 픽업 서비스가 회사일보다 중요한 업무인 팀장님은, 저녁 시간에도 하원을 책임져야 하는 모범적인 가장이기에, 최대한 야근은 피하신다. 대신 PC를 들고 퇴근하시며 아이들이 공부하는 옆에서 밀린 업무를 하신다(현대판 한석봉인줄 알았다)
#2. 업무량을 분석해보자.
절대적인 업무량이 확실히 늘어났다.
작년에는 보고서 작성 위주의 paper work을 주로 했다. 흔히들 보고서를 '표백' 시킨다고 표현할 정도로 윗사람(문제는 윗사람이 여럿이라는 점!)의 입맛에 맞게 이리 저리 관점을 바꿔가며 들이미는 일이었다. 한달에 제출해야 할 몇 개의 보고서들이 '예정'되어 있었고 발표자의 논리에 맞춰 열심히 그것들을 끝냈다.
올해는 실무 중심으로 일이 바뀌었다. B2C 신사업을 맡으며 고객과의 접점에 위치하게 되었다. 채널별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나며 담당하는 일의 가지수가 많아지고 예정되지 '않은'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3. 관계을 살펴보자.
일단 사람이 많아졌다.
한 팀에 인원이 9명이라니. 소규모 담당과 맞먹는 숫자이다. 작년에는 팀장 포함 5명이서 똘똘 뭉쳤다. 각자의 역할이 명확했고 팀장 역시 적재 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며 모든 팀원이 균등하게 일을 가져갔다.
그러나 올해는 사람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일도 많아졌다.(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팀장님은 연초에 3 그룹으로 파트를 나누어 유기적인 구성을 계획했지만 신사업 특성상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모두가 안해본 일들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했고 팀장이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파트에는 계속 일이 주어지기 때문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고, 일을 느리게 처리하는 파트는 나름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해결짓지 못하는 사유가 존재했다.
개인적으로 3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파트 팀원들과는 작년보다 커뮤니케이션은 수월하고 편하다. 하지만 팀원 전체와의 커뮤니케이션 효율은 확실히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팀장과의 밀접한 관계도 조금씩 어려워지고, 팀원 전체가 공유해야 할 주요 아젠다도 전달력이 떨어진다.
#4. 중요도를 따져보자.
부담감이 크게 늘어났다.
C레벨 보고서는 팀원 전체가 함께 붙었다. 팀장을 필두로 각자 맡은 부분이 할애 되었고 그부분에만 충실하면 되었다. 내가 주필로 쓰는 보고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였다. 데드라인이 가까워지면 걱정은 되었지만 내가 밤을 새서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개인적인' 영역이었다.
올해는 신규 서비스의 시작 부분을 담당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전체 프로젝트의 점화와도 같은 역할인데, 일의 중요성을 떠나 내가 맡은 파트가 선행되어야만 뒷 부분들의 개발과 의사결정이 연이어 일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혼자 밤을 새고, 공부하고 주변에 물어봐서 보고서로 해결 가능한 일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상대방을 이해 시키고 실제 움직임이 일어나게끔 여러 부서와도 협업이 필요했다.
자칫 내가 맡은 파트가 지연됨에 따라 전체 프로젝트 일정이 연기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잘못 정한 룰이 연쇄적으로 뒷단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업무 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량은 늘어났고,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워 졌음에도 중요하게 결정해야 할 일들이 생겨났다.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된 것이다.
스트레스를 완벽히 정리할 수는 없지만, 풀어 써 보니 실마리가 보인다.
해결책을 발견할 힘이 생긴다.
누군가에 의해, 상황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위와 같이 풀어 써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