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W, 설레였던 아침
. 오빠!!!!!!, 이번에 진짜 두줄이야. 아주 선명해!!
.. 오, 대박! 어쩜 좋아. 진짜 진짜 축하해 자기야. 고생했어 그동안 정말.
. 어떻게 할까, 지금 병원 가볼까? 아.. 오늘 일요일이구나. 내일 반차 내고 들러야겠다.
.. 응 그래, 내일 바로 들러서 확인해. 이제 진짜 조심해야겠다.
. 그래야겠네. 근데 우리 언제 낳는 거지? 지금이 4주니까, 대충 40주 하면, 잉? 2월?
.. 그러네^^ 축하해. 엄마와 딸이 생일이 같겠네. 2배 축하해 줄 수 있네 (ㅋㅋㅋㅋ)
. 아 그래서 내가 저번 달에 임신돼서 오빠 생일에 맞춰 낳자고 했자나! 오빠 일부러 제대로 안 했지! 내 생일에 맞출라고!(참고로, 내 생일은 1월 중순이다)
.. 설마 그럴리가. 그게 내 맘 대로 될리가 없지. 근데 엄마와 아가랑 생일이 같으면 얼마나 좋아!! 내가 너 생일 선물 이제 따로 안 사주고 아기랑 세트로 되어 있는 것만 사줄께.(ㅋㅋㅋㅋㅋㅋ)
. 아 몰라. 운동해서 빨리 낳을거야.
.. (응?)
갑자기 나타난 빨간 두 줄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생일 선물 드립을 치며 깔깔 거렸지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뱃속 생명체가 아무 일 없이 무럭무럭 자라 10개월 후에 우리 앞에 짠- 하고 나타나기 전까지, 어쩌면 이 순간이 최고로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1년 전에도 아침에 부시시 일어나 두 줄을 확인하고 같이 기뻐했고 동일한 장면이 반복되어 내 앞에 나타났지만,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니 그 때가 있었기에 더 소중한 순간이 되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알콩달콩 울다 웃다 시간을 보내며 아내가 먼저 일어났고,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임신을 기대하지만 정작 임신을 준비하진 않는다. 대학을 위해 죽어라 공부하지만, 대학 생활을 준비하지 않는 것처럼. 책과 지식으로 공부한다고 알 수 없는게 결혼이고 육아지만, 사전 정보 없이 덜컥 맞이하는 새로운 환경은 당사자들에게 많은 스트레스와 부담을 안겨준다. 그리고 선배들과 지인들의 끝 없이 내려가는 다크서클과 성토는 아직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안된 이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 온다.
행복, 심란.
애매하면서도 미묘하게 어울리는 두 단어가 내 마음 속에 콕 박혔다.
문득 오늘따라 넓은 천장의 네모난 윤곽이 뚜렷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