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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하 Apr 23. 2022

티볼리 라디오가 다시 내 품에!

티블리와 수신감도와 아웃포커스

티볼리 모델원이 내 품에 다시 왔다. 물론 같은 녀석은 아니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녀석보다 외관의 월넛과 베이지 색상이 미미하게 세련되게 바뀌었고 (느낌은 그런데 아닐 지도 모르겠다.) 블루투스도 된다. 음색은 여전하다(고 느낀다, 고 해야 한다. 나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세간의 평대로 진짜로 맑고도 따뜻하면서 아날로그한 느낌이 난다. 특히 현악기 연주를 들을 때면 멜로디 라인이 만져질 듯한 촉각적! 쾌감이 있다. 어쩌다 도움을 주었던 지인에게 (아마도 술김에) 양도를 했었는데, 빈자리가 분명 있었나 보다. 이제 그 빈자리를, 나를, 한가득 채워주는 이 녀석의 느낌이 정말 좋다.  


9년 전 내방의 중심에 티볼리가 있었다!

9년 전 이 녀석을 방 안에 들였을 때는 이 사랑스러운 디자인과 정겨운 음색 외에도 높은 FM 라디오 수신 감도에 마음이 흡족했었다. 뭣 때문인지 난청지역이라 FM 라디오를 듣지 못했던 게 큰 이유였지만, 부수적으로는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에 민감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파수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생기는 갈등과 불편이 유발하는 피로감과 에너지 소모가 싫었고, 그래서 저마다의 수신감도를 높일 수 있다면 사는 일이 좀 더 가뿐할 수 있겠다 생각한 것이었다.


지금도 많은 경우 그리 생각한다. 특히 타인에 대한 무신경, 무감각이 초래하는 비의도적 폭력에 대해서는 안타까울 때가 많고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때로 수신감도를 낮추거나 꺼버리거나 혹은 주파수를 바꿔버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때도 많다. 그게 잘 안돼서 치명적일 수 있는 내상을 입는 경우를 매우 빈번히 목격하고 또 경험하므로. 


주파수를 정확히 포착하고 필요에 따라 수신감도도 조절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사진에서 아웃포커싱으로 구도가 심플해지듯, 온갖 소란한 소음들을 시원하게 날려버려 한층 조용해진 세상에서 나의 말과 너의 말이 가장 정확한 주파수를 찾아 흐를 수 있다면... 이 번잡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이, 함께 행복해지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지 않겠는지.


티볼리 라디오를 다시 들인 건 이달 말 입주할 새로운 작업공간을 위해서다. 책상, 테이블, 의자 다음으로 이 녀석을 골랐다. 사정상 내 취향이 반영된 근사한 인테리어는 포기했지만, 이 라디오가 뿜어내는 아름다운 소리들과 아름다운 향기로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울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존재감 막강한 음악과 향기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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