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친구의 말에 격하게 동의한바, 히라야마 아저씨(야쿠쇼 코지)의 잘생긴 얼굴도 한몫하였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과 타인들과의 짧은 마주침에서 드러나는 그의 시선과 표정은 매일의 삶을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물들인다. 감독의 오래전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인간을 사랑하는 천사’의 그것처럼.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나의 소소한 일상이 스쳐 갔다.
침대에 누워 은은한 조명 아래 잠시 책을 보다가 덮고, 안경을 벗고, 전등 스위치를 끈 후 잠에 드는 매일 밤의 루틴이. 일찍 잠에서 깨어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바깥의 커다란 나무들과 인사하는 아침이.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잡고 싶어 카메라를 들던 많은 날들이. 위협적일 수 없는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인하여 (말하자면 만만하게 생겨서) 쉽게 다가서는 사람들과 스치며 교환하는 짧은 인사 등이.
그렇다면 나의 날들도 완벽과 아주 멀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을 사랑하는 천사’의 시각으로 보아준다면 혹시라도?
늦은 시각, 함께 영화를 본 친구가 톡을 보내왔다.
“완벽한 하루란 뭘까? 단순해지기, 외로움 즐기기, 생각난 거 바로 하기, 핸드폰 덜 쓰기(지금도 하고 있는데? ㅠ), 빨래 설거지 제깍하기… 퍼펙트하진 않아도 나이스한 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조금씩 완벽에 가까워지는 날들도 괜찮을 것 같다, 응답을 하니, 잠시 후 다시 톡이 왔다.
“그러네. 위로가 되는 얘기야.”
다정한 친구의 그 말에, 나의 오늘 하루가 아주 아주 조금은 완벽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