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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05. 2020

[세계노동운동사 1,2,3] (2013)

역사,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집단적 대화'

역사,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집단적 대화’
- [세계노동운동사 1,2,3], 김금수 著, <후마니타스>, 2013.



"역사는 오늘날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삶을 이끌어 낸 사건들의 연속이다. 역사는 우리가 어떻게 오늘날의 우리 자신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변혁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열쇠다."
 - Chris Harman, [민중의 세계사], 재인용.
 
 
역사는 개별 사건들의 집합 만이 아니라 일정한 경향이다. 근대적인 시각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인류의 역사는 진보와 발전이라는 경향을 나타낸다. 역사라는 ‘절대정신’의 의지에 경향이 내포되어 있다는 관념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집단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인간들이 다수의 힘으로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삶을 지향하며 만들어온 시간의 흐름이 바로 역사라는 유물론적 의미이다. 그래서 연대기별 사건을 나열한 역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 부류의 어떤 힘이 그 사건과 모순을 초래했고 또 어떤 부류의 힘이 그 모순을 뒤집어 엎고 새로운 조건과 질서를 만들어내었는지를 봐야 한다. 항상 다수가 만든 질서를 소수가 유지했고 그 모순은 다시금 다수가 새로운 질서로 바꿔온 것이 바로 역사인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원로 김금수 선생이 노동운동의 위기 국면에서 노동운동, 사회운동가들과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  서구  소련사회과학아카데미의 자료들을 참고하여 [세계노동운동사] 1,2,3편을 엮었다. 자본주의 시초축적,  마르크스에 의하면 ‘노동자로부터 생산수단을 분리시킨 원시축적 시기 16~17세기부터 시작하여 18~19세기 유럽 혁명, 20세기 소비에트러시아 혁명을 거쳐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복합체로서 국가독점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득세하기 시작한 2 세계대전까지 노동운동의 역사를 일괄했다. 유럽 뿐만 아니라 조선을 포함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식민지, 종속국가들 역사까지 두루 서술하고 있어  그대로 ‘세계노동운동사로서의 내용을 포괄한다.
역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과거를 참고하는 길이 필수이다.
 
현재 한국 진보운동, 노동운동의 위기 또한 현재의 안경으로 과거를 투영하지 않으면 안될  하다. 책의 내용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0세기  파시즘의 대두와 1935 7 코민테른 대회에서 결의된 ‘인민전선’.
자본주의의 필연적 발전형태로서의 제국주의와  병폐적 현상으로서의 파시즘이 전염병처럼 퍼지던 시기, 각국에서 노동자계급과 공산당의 주도로 ‘인민전선’, ‘민족전선’, ‘통일전선등의 명칭으로 이루어진 반파시즘 연대는 최근 우리 현대사에서 군부파시즘에 대항한 ‘비판적 지지 민간파시즘에 대항한 ‘반이명박근혜 전선 닮아 있었다.



"인민전선은 수세적인 재조직화였다. 파시즘의 확산을 막는 장애물을 세우고, 파시즘이 승리한 곳에서는 저항을 고무하기 위한.
인민전선은 좌파의 공통 지반을 찾음으로써 공산당의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폭넓은 협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원칙보다는 민주주의 원칙이 필요했다. 노동자계급 정당이 혼자 힘으로 승리할 만큼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좌파가 민주적인 신뢰를 확립하기만 하면 연합이 기존의 민주주의를 넘어서 사회주의 이행의 토대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인민전선 전략은 ‘일시적인 수세적 전술 이상의, 궁극적으로 패배를 공세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것은 또 사회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세심하게 고려된 전략이었다."
 - Eric Hobsbawm, [Fifty Years of Peoples Front], 재인용.
 


"1870년의 전쟁 음모는 1851년 (보나파르트)쿠데타의 개정판일 뿐이다.… 루이 보나파르트와 프로이센의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든 간에 제2제정의 조종(弔鐘)은 이미 파리에 울려 퍼졌다. 제2제정은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패러디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루이 보나파르트가 18년 동안 복고된 제정이라는 흉악한 소극(笑劇)을 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유럽의 정부들과 지배계급들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 Karl Marx, [프랑스내전], 재인용.
 


지난 대선에서 전개되었던 굳게 단결한 보수에 대한 민주·개혁·진보주의자들의 대동단결이라는 허상은 이제는 잊어도 좋을 듯 하다. 그런 연대는 지난 역사 속에서 숱하게 많았을 것이고 앞으로 많을 테니.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파시즘은 양대 계급의 무능력을 기반으로 하여 ‘계급균형’이라는 환상에서 출발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러한 기형적 형태를 낳는 것은 ‘정부와 지배계급들’이라는 것, ‘인민전선’은 극우보수의 폭력적 독재에 대항하여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진보’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전략전술이었다는 것. 앞으로 펼쳐질 갖가지 연대의 형태 속에서도 진보는 ‘일시적인 수세적 전술 이상의, 궁극적으로 패배를 공세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연대를 주도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대다수에 기반한 힘을 토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현대사회에서는 확고한 ‘민주주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길이 사회민주주의인지, 민주적 사회주의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 또한 더 필요하다.



저자도 서문에서 언급했듯, 에드워드 핼릿 카가 말한 “역사는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표현은 너무도 적절하지만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은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반영한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집단적 대화’”라고.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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