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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05. 2020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 장석준

'큰 개혁'과 '작은 혁명'들의 이야기

책소개)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 ‘큰 개혁’과 ‘작은 혁명’들의 이야기], 장석준 지음, <서해문집>, 2019.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18세기 말 ~ 19세기 초의 세계사를 기술하면서 ‘이중혁명’의 시대라 규정했다. 프랑스(대혁명)에서 극적으로 전개된 민주주의 혁명과 영국(산업혁명)에서 본격 시작된 자본주의 혁명, 이 두 혁명이 동시에 전개됐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두 개의 큰 운동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전반적인 확산과 자본주의의 끊임없는 갱신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혼란의 밑바탕에는 민주주의 혁명과 자본주의 혁명의 격렬한 충돌이 있다. (진보)좌파정당이란 바로 이 충돌에서 단호히 민주주의 혁명의 편에 서는 정당이다. 민주주의 편에서 자본주의에 맞서고, 타협을 만들어 내더라도  민주주의 원리가 우위에 선 타협을 위해 노력하며, 종국에는 민주주의 혁명이 자본주의 혁명을 제압하고 극복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정당이다.”
-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서문>, 장석준, 2019.


우리 진보정당 운동의 정책과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장석준 선생의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는 현재의 ‘진보정당’을 이해하기 위해 ‘이론’보다는 ‘역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역사’를 다루고 있으니 이야기책을 보듯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재미있게 읽었는데, 수구 자유한국당과 보수중도를 못 벗어난 민주당의 실질적 양당구도인 우리 정치에서 ‘진보정당’,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기에 강력한 산별노조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진보정당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대다수 민중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진보정당’ 형태일 수 있는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와 스페인 ‘포데모스(할 수 있다)’보다 지난 역사로서 독일 사회민주당이나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 브라질 노동자당의 역사를 서술한 장이 더 잘 읽힌 이유일 것이다.
아마도 현재의 진보정당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논하기 위해 ‘이론’보다는 ‘역사’를 다룬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읽은 것일지는 모르나, 세계 진보정당의 소중한 역사를 저자의 방대한 참고문헌과 연구를 바탕으로 더 넓고 깊게 증보하기를 기대한다.
E.H.카가 ‘러시아혁명사’를 연구하고 방대한 저술로  남겼듯이.

끝날 수 없는 진보정당 운동사의 ‘중간 정리’로서 ‘결론’을 독자로서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본다.

‘지금도 반복되는 진보정당의 고뇌’인 ‘작은 개혁’과 ‘큰 혁명’의 관계는 이제 이 책의 부제에 나온 것처럼 ‘큰 개혁’과 ‘작은 혁명’으로 치환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큰 테마다. 민주주의 무대에서 ‘혁명’을 잊지 말고 끊임없이 ‘개혁’하자는 것이 하나의 ‘이론적 결론’이다.

또한, 현재의 진보정당은 진보의 다원성을 강화하고 연대하는 ‘좌파블럭’을 변혁의 주체로 하여 당시 정세에 맞는 ‘진보적 대중연합’(그람시의‘역사적 블록’)을 구축해야 하며, 다수 대중이 이러한 사회변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기’는 여전히 ‘진보정당’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역사적 (잠정)결론’이다.





“소수의 자본 소유자와 다수의 노동대중 사이에는 뿌리 깊은 구조적 차원을 지닌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진보정당운동의 과제는 이 권력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역전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일상 시기에 기존 세력균형을 끊임없이 격동시키고 조금이라도 변형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계급 권력관계의 심층에 자리한 구조들에 손을 대는 급진개혁으로 발전해야 한다. 선거를 통한 집권은 이러한 과정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야만 한다(그렇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계급권력구조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일반화’하여 견지해야 할 마르크스-엥겔스 정치이론의 핵심 메시지일 것이다.”
-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결론>, 장석준, 2019.


지난 150년의 역사 속에서 ‘운동형 정당’으로 현상했던 진보정당의 형태가 21세기에는 대중의 분노와역동성을 더욱 기반으로 하는 대중연합적 ‘정당형 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개혁’이라는 ‘최소강령’만을 목표로 타협하고 균형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강한 소수에 비해 약한 다수에게 세력관계가 ‘불가역적으로’ 역전되는 것이 바로 ‘혁명’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다수 민중의 ‘무기’는 그람시의 말대로 ‘현대의 군주’인 ‘(진보)정당’이다.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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