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의 '제국주의'는 여전히 유효한가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1916), 레닌, 박상철 옮김, <돌베개>, 1992.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일반의 기본적인 특성들이 발전함과 동시에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나타났다… 자본주의는 그 발전의 매우 높은 특정단계에서만, 자본주의의 몇몇 기본적인 특성들이 그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전화되기 시작했을 때에만, 모든 면에서 자본주의로부터 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조직으로 이행되는 시기의 특징들이 형성되어 나타날 때에만,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되었다.”
- 레닌,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 <7장.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특수한 단계로서> 중
'제국주의'라는 말이 있다.
고대 로마로부터 시작한 정치체제로서의 ‘제국’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초반에 칼 카우츠키라는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이론가이자 정치가는 이 제국주의가 자본가 정권의 '정책적 선택'이므로 다시금 '자유경쟁'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은 이미 '자유'와는 다른 방향의 '독점'으로 귀결되고 있었고, 이러한 '독점'은 한 국가경제 단위에서는 무한이익창출의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국가를 수탈하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무참한 전쟁과 식민지 분할통치가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식민지 조선'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그렇게 강탈당했다.
레닌은 '자본주의 최고단계'로서 독점자본의 '제국주의'는 필연적이라는 ‘제국주의론’으로 카우츠키의 논거를 격파한다.
요약하면, 자본주의 최초단계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대다수 노동자의 착취를 통해 생산이 집중(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는 생산수단이 소수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이 현상을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라고 한다)되면서 필연적으로 독점을 낳는다. 그리고 금융자본이 산업자본과 분리되면서 자본의 이동은 더 활발해지고 결국 국가, 민족 등의 경제단위를 허물면서 약소국과의 불균등성을 본질로 이익창출을 위한 자본의 자기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약소국 또는 식민지 민중을 이중으로 수탈하는 자본주의 최고단계인 ‘제국주의’가 된다는 이론이다.
"금융자본주의의 정책인 '제국주의'도 특수한 역사적 범주다...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해적에게도, 대상무역에도, 제국주의에도 들어 맞는다. 다시 말해,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아무것도 정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제국주의를 확실한 '역사적 실체'로 특징짓는다."
"계급구조를 부정하는 이론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틀렸다... 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다시 말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이론은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특수 요소들을 찾아내서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방법이었다."
- 부하린, [세계경제와 제국주의](1915), <9장. 역사적 범주로서의 제국주의> 중.
소비에트 혁명 러시아의 '경제학자'로서 니콜라이 부하린은 이미, 레닌이 1916년에 [제국주의론]을 발표하기 전인 1915년에 [세계경제와 제국주의]라는 저서를 통해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에 의한 전세계적 '침략정책'의 특수형태인 '제국주의'를 세계경제 분석과 다양한 통계분석을 기반하여 정리했고, 레닌은 이 연구를 토대로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특수단계'이자 '최고단계'라고 규정하고 이론화하였다.
부하린은 '제국주의론'이 이론화된 후인 1917년에 "이 책(세계경제와 제국주의)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의 무기에서 가능한 한 빨리 역사적 문서가 돼 고문서 자료실 구석에 자리잡고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되기를 저자로서 간절히 바란다"고 썼는데, 그의 희망은 절반만, 그것도 최악으로 실현되었다.
즉, '제국주의'는 더욱 강력해졌고, 그의 책은 더욱 강화된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역사적 문서'가 된 채 '먼지만 뒤집어 쓰게' 되었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는 '민족국가'의 경계를 허물었고, 그 주체로서의 '초국적 자본'은 당시 '제국주의'를 넘어서 지금 전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만들었다.
세계는 하나의 '자본의 제국'이 되었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제국](2000)이라는 책에서 이 '자본의 제국'에 균열을 내는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저항하는 '다수 대중'이라고 말하는데, 1차 세계대전 전후의 '제국주의' 시대에는 노동계급의 전면적 반전평화운동과 정치권력의 대대적 전복인 '혁명'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러한 '혁명'의 무기로서 '제국주의론'은 레닌에 의하면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는 없었고, 최소 다섯 문장 이상의 '정식화'가 이루어졌는데, 제국주의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의 레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독점을 낳을 만큼의 생산 및 자본의 집중
2) 금융자본(은행자본+산업자본)에 의한 금융과두제
3) 자본수출의 중요성
4) 독점자본가들의 국제적 동맹
5) 독점자본 및 그 대변인인 국가에 의한 세계분할과 재분할
'자본'만이 최대의 승자가 된 세계체제 분석의 방법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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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1916), 레닌, 박상철 옮김, <돌베개>, 1992.
2. [세계경제와 제국주의], 부하린, 최미선 옮김, <책갈피>,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