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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22. 2020

[자본론 공부](2014) - 김수행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위한 [자본론]

[자본론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위한 [자본론]


"어쩌면 [자본론]은 경제에 관한... 지루한 책이라고 속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르크스는 경제를 사회의 '토대'라고 보면서 경제 영역의 문제가 어떻게 정치, 법률, 문화영역 등 다른 모든 영역을 물들이고 있는가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인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외치는데, 이 계급투쟁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경제 영역에서 서로 자기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싸울 뿐 아니라, 이 경제 영역의 계급투쟁이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 전파되면서 기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변혁하려는사람들은 누구나 [자본론]을 먼저 읽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를 바꾸어야 할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자본론]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자본론]에 대하여>

[자본론 공부]는 우리나라 최초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하여 1989년의 그 엄혹한 시절에 "잡아갈테면 잡아가라"는 심정으로 출간했던 김수행 교수가 세월호 정국에서 새롭게 쓴 [자본론] 해설서이다.
김수행은 <서문>에서 "이 책은 방대한 [자본론] 1~3권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한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비판했고 어떻게 찬양했는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미래 사회의 태아를 자본주의가 잉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자본의 생산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1권에 대한 해설, '자본의 유통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2권에 대한 해설,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3권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으며, 특히 [자본론]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평균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본론] 1권 '자본의 생산과정'에서 자본의 축적 과정이 실업자를 점점 더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마르크스는 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에서는 자본의 축적 과정이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자가 자본주의의 발달이 노동자계급에게 주는 영향을 집약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본가계급에게 미치는 영향을 요약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업자의 증가 경향과 이윤율의 저하 경향은 모두 자본가들이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를 도모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라는 용어는 '법칙'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경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상반되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히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기계화가 진행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면방적 기계가 물레를 돌리는 노동자들을 축출하여 실업자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면방적업을 크게 확장시킬 뿐 아니라 면방직업과 의류업을 활성화시켜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경향도 낳는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실업자를 만들어 내는 경향을 가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취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가지는데, 마르크스는 이 두 경향 그 자체를 각각의 법칙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계화는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실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며, 기계화는 투하자본의 규모를 증가시켜 실업자를 감소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계화가 실업자를 증가시킬 것인가, 아니면 감소시킬 것인가는 이론 차원에서는 판명할 수가 없고, 현실에서 판명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윤율의 저하 경향'도 '이윤율의 상승 경향'과 나란히 각각의 법칙으로 제출된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윤율이 저하한다고 예측한 법칙은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8장. 평균이윤율의 형성과 이윤율의 저하,상승 경향>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해외 주재원으로 가서 마르크스 '공황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김수행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자본론]을 처음 완역하면서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아닌 그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우리 사회에 '정치경제학' 영역을 끊임없이 주지시켜 온 거의 유일한 학자였다.  '수요-공급'이나 '국가재정' 등의 '미시-거시 경제학'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인간들간의 관계로서의 '생산관계' 연구를 통해 사회구성체를 이루는 '물적 토대'로서 '경제'와 이를 결정하는 인간들의 '정치'를 유기적으로 종합하는 영역이 바로 '정치경제학'인데, 마르크스의 선학들인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이 '정치경제학'이었다.


[자본론 공부]는 김수행 교수가 작고하시기 전 마지막 '유작'의 성격을 지니는 책으로, 기존의 기고글([정치경제학 에세이]), 인터뷰([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한국사회 분석([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형식이 아닌 오로지 [자본론] '해설' 및 그 현대적 '해석'에 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의 객관적 '법칙'과 '경향'을 담고 있는 [자본론]은 현 체제의 변화와변혁을 위해 아직도 유효하므로 '교조적' 수용이 아닌 지속적인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김수행 교수가 '예측'한 '자본주의 이후'의 '미래사회'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기초"가 되는 사회(이른바, '자.개.연'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며, 이것의 '정치경제학'적 근거는 다름아닌 [자본론]이다.


마르크스 못지 않게 우리에게 귀중한 유산을 남겨주신 김수행 교수께 깊은 경의와 명복을 바친다.



(2020년 3월 22일)

***


1. [자본론 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2.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김수행, <한울>, 2012,
3.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시대의창>, 2009.
4. [정치경제학 에세이], 김수행, <새날>,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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