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노동자 기금논쟁과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 - 임노동자기금논쟁과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신정완, <사회평론>, 2012.
“애초의 기금안은 스웨덴 사민주의 운동의 전통적 정치노선이었던 국민정치 노선으로부터 이탈하여 계급정치적 의제를 전면에 부각시킨 계획이었다...
1975년 (마이드너 그룹의) 기금안 시안에서, 기금안 정당화 논변의 초점은 무엇보다도 재산과 경제적 권력의 재분배 문제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1976년 LO총회에 제출된 기금안에서는 연대임금 정책으로 인한 초과이윤 문제가 가장 강조되었고, LO와 사민당이 공동으로 입안한 1978년 기금안과 1981년 기금안에서는 경제침체 극복을 위한 집단적 자본형성의 필요성이라는 새로운 정당화 논변이 전면에 부각되었다. 시간이 경과할 수록 기금안 정당화 논변에서 계급정치적 문제의 비중은 약화되고, 전통적인 개혁주의적, 국민정치적 문제의 비중이 커져간 것이다.”
- 같은책, 3장 <스웨덴 모델과 임노동자기금안>
읽고 싶은 책이 없어 예전 책들을 뒤지다가 몇 년전에 읽었던 [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를 다시 읽었는데,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꽃’을 내려올 때 보았다.
그 ‘꽃’이 바로 저자가 결론적 대안으로 지지하는 ‘중앙집권적 시민기금안’인데, 몇 년전 처음 읽을 때는 비록 스웨덴 모델에서 실패했지만 노동계급 중심의 배타적 ‘임노동자기금안’만 머릿속에 남았더랬다.
‘임금노동자기금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한 스웨덴 ‘연대임금 모델’에서 고수익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기금으로 하여 대기업의 주식을 점진적으로 소유하면서 궁극에는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이룬다는 체제이행의 거대한 기획이다.
아마도 ‘임노동자기금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전투적 노동계급이 살아있고 ‘재벌개혁’이 경제 민주화의 주요 테마인 한국 모델에서는 적용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또한, 스웨덴 정치이념 중 그나마 마르크스주의를 버리지 않았던 비그포르스와 그들의 사상을 구현하는 마이드너의 사회개조안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임노동자기금안 입안자들이 구상했던 경제체제 모델은, (1) 시장경제의 존속을 통해 경제적 효율이 확보되며, (2) 복지국가의 유지를 통해 시장경제의 문제점들이 완화되고, (3) 임노동자기금을 통해 노동조합이 민간 대기업들을 소유함으로써 직접 생산자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라는 사회주의의 고전적 이상이 구현되는 경제체제였던 것이다.”
- 같은책, 4장 <기금사회주의 모델>
아마도 성년이 된 후 처음으로 겪었던 촛불 ‘시민’ 항쟁의 기억 때문이리라. ‘배타적’ 노동계급만이 아니라 시민대중이 함께 하는 것이 ‘혁명’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은.
알튀세의 제자였던 발리바르는 어디에선가 말했다.
“공산주의 혁명은 비공산주의자 대중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산수단의 사회적 전면 쟁취가 아니라 그 다양한 ‘기능’에 따른 분산 점유를 주장한 스웨덴 ’기능사회주의자’ 칼레비의 좌파적 계승안으로서 ‘중앙집권적 시민기금안’은 아마도 ‘생산수단 사회화’라는 고전적 체제이행 과제를 공세적으로 내건 노동계급의 ‘임노동자기금안’의 ‘배타성’을 견제하기 위해 일련의 ‘자유주의자’들이 내놓은 반대안이었을 수 있지만, '시민항쟁'의 역동성을 재차 확인한 지금 우리 시대에는 다시금 논쟁할 수 있는 체제이행의 대안 중 하나 아닐까 한다.
“중앙집권적기금안은 스웨덴 사민주의 운동의 주류 입장이었던 복지국가주의 또는 기능사회주의 노선에 한층 밀착해 있다. 민주적 방식으로 구성된 국가의 개입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들을 완충, 해소한다는 복지국가주의의 논리를 생산수단의 소유 문제에까지 연장 적용시킨 것이다.”
- 같은책, 4장 <기금사회주의 모델>
지금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거쳐 ‘사회적 민주주의’로서 ‘복지국가’ 논쟁을 또 넘어서 ‘경제 민주주의’를 이루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생산수단) 사회화 계획의 내용은 가능한 한 사민주의 정치의 전통적 노선인 국민정치 노선에 잘 부합되는 형태로 마련하고, 사회화 기획을 관철하는 방식으로는 이념적, 정치적 정면대결 노선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먼저 사회화의 주체는 노동조합 등 임노동자 집단만을 대표하는 조직보다는 국가나 준국가적 공동기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존하는 유일한 제도는 정치적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구성, 운영되는 국가다. 또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존재론적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적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할 때, 국민대중의 일반적 이익을 담지하는 공적조직으로서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은 국가 외에 달리 없기도 하다. 또 사회화는 대다수 사회 성원의 삶의 조건을 크게 바꾸는 기획이기 때문에, 사회화된 생산수단의 소유와 관리 문제는 모든 사회 성원에 의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범위 내에 있도록 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바람직하다.”
- 같은책, 5장 <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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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 - 임노동자 기금논쟁과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신정완, <사회평론>,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