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항쟁

단독정부 세력에 의한 민간인 대량 학살 사건

제주 4.3 항쟁
- 단독정부 세력에 의한 민간인 대량 학살 사건 -
 
 

 해방 후 제주에서 열린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의 발포로 주민 6명 사망, 8명 중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발포에 대한 항의로서 관공서, 민간기업 등 제주도 전체 직장 95%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3.10 총파업’이 전개되었습니다.
 
 미군정은 조사단을 제주에 파견, 총파업이 경찰발포에 대한 도민의 반감과 이를 증폭시킨 남로당의 선동에 있다고 분석한 뒤 ‘경찰의 발포’보다는 ‘남로당의 선동’에 비중을 두고 강공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도지사 및 군정 수뇌부들이 전원 외지 사람들로 교체됐고 극우청년단체인 서북청년단원 등이 대거 제주에 내려가 파업 주도자에 대한 테러와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검거작전이 전개되었습니다. 한 달만에 500여 명이 체포되었고 ‘4.3항쟁’ 발발 직전까지 2,500여명이 구금 및 테러, 고문을 당했습니다.
 
 남한 단독정부 추진세력인 이승만 세력과 친일파들에 의한 극심한 탄압과 이에 대한 투쟁 과정에서 조직 노출 위기가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은 지배세력에 등 돌린 민심을 기반으로 하여 조직 수호와 방어, 그리고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 무장투쟁을 결정하게 됩니다.
 
 1948년 4월 3일 새벽, 350여명의 무장대가 12개 지서와 우익단체들을 공격하면서 무장봉기가 시작되었고, 미군정은 초기에 이를 ‘치안상황’으로 간주하고 경찰력과 서북청년단의 증파를 통해 사태를 막고자 했지만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중장과 군정장관 딘 소장은 경비대에 진압작전 출동명령을 내렸습니다. 한편 9연대장 김익렬 중령은 무장대 측 김달삼과의 ‘4.28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사태 해결에 합의하게 되나, 이 협상은 우익청년단체에 의한 ‘오라리 방화사건’ 등으로 무효화되었고, 미군정은 제20연대장과 24군단 작전참모를 제주에 파견하고 9연대장 교체 등을 통해 5.10 선거 추진을 강행합니다. 그러나 5월 10일 실시된 총선거에서 전국 200개 선거구 중 제주도 2개 선거구만이 투표수 과반 미달로 무효처리 됩니다. 이에 미군정은 제주지구 최고사령관으로 브라운 대령을 임명하고 강도 높은 진압작전을 전개하며 6월 23일 재선거를 실시하려고 시도했으나 이 또한 실패합니다.  
 
 남한에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북에 또 다른 정권이 세워짐에 따라 이제 제주도 사태는 단순한 지역문제를 뛰어 넘어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고, 친일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여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강행했던 이승만 정권은 10월 11일 제주도 경비사령부를 설치하고 본토의 군 병력을 제주에 증파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주에 파견하려던 여수의 14연대가 반기를 들고 일어나는데 이것이 '여순사건(주석 참고)'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9연대 송요찬 연대장은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상 들어간 중산간 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폭도배’로 간주해 총살하겠다는 포고문까지 발표합니다.
 
 1949년 3월, 제주도 지구 전투사령부가 설치되면서 진압, 선무 병용 작전이 전개되었고, 사면정책으로 한라산에 피신한 많은 주민들이 하산합니다. 1949년 5월 10일 재선거가 다시 치러졌고, 그 해 6월 무장대 총책 이덕구의 사살로 무장대는 사실상 궤멸됩니다.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또 다시 비극은 시작됩니다. 보도연맹 가입자, 요시찰자 및 입산자 가족 등이 대거 예비 검속되어 죽임을 당하였고, 전국 각지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4.3 사건 관련자들도 즉결 처분되었습니다. 예비검속으로 인한 희생자와 형무소 재소자 희생자는 3,000여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유족들은 아직도 그 시신을 대부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 4.3 항쟁’은 해방 후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한 민중들의 열망이 매판 자본가계급 및 친일파 잔당들을 기반으로 단독정부 수립을 무리하게 추진하던 이승만 정권에 의해 처절하게 짓밟힌 사건이자, 우리 현대사 최초로 정권에 의한 민중 대학살의 시초가 됩니다. 이러한 비극의 역사는 이후 여순사건, 5.18 광주민중항쟁 등의 형태로 또 다시 반복됩니다.
 
***
 
주석) 여순사건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군 제14연대 내 남로당원이었던 중간간부들이 제주4.3항쟁 진압파견을 거부하며 일으킨 ‘반란사건’입니다. 14연대는 10월 19일 여수를 접수하고 다른 부대까지 합세하면서 며칠 사이 순천, 광양, 구례, 보성(벌교) 등 전남동부 지역을 점령하면서 이승만 단독정부 세력에 저항하였으나 단독정부 수립 2개월 된 정권에 의해 수천 명의 민간인이 학살되면서 무자비하게 진압되었습니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빨치산’은 이 여순사건 후 지리산으로 올라간 저항군을 이르며 이들은 1950년 2월까지 처절하게 저항하다가 진압됩니다. 한편, 해방 후 결성된 전국적 산별노조 ‘전평(조선노동자전국평의회)’의 주요조직이던 화순탄광노조는 1946년부터 미군정에 의해 와해공작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에 정권은 여순사건을 화순탄광노조 뿌리뽑기의 계기로 삼아 본격적으로 노조탄압을 하였고 전평의 해체와 궤를 같이 하면서 결국 한국전쟁을 거쳐 화순탄광노조는 와해됩니다. 또한 이승만 정권은 여순사건을 ‘공산세력에 의한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국가보안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에 이릅니다.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오래 전 인기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지역적 배경은  바로 여순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