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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스 Oct 11. 2022

노력의 의미

성공보다는 성장

우연히 이현세 만화가의 천재를 이기는 방법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가 흔히 이현세 만화가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 등 대한민국 1세대 만화가로 굵직한 대작을 남겼다. 만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현세 만화가를 모를 리가 없다. 이현세 만화가를 주제로 한 기사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모두들 이현세 만화가가 천재인 줄 알지만 사실은 엄청난 노력파다. 매일 밤늦게 까지 만화를 그리다가 잠이 들곤 했는데 한 달 내내 술에 절어 지내다가 하루 쓱쓱 그린 그림이 본인의 것보다 월등할 때 자괴감 같은 게 밀려왔다. 그래도 좌절하고 있기보다는 계속하는 걸 택한 만화가는 매일 한 장이라도 더 그림을 그리는 데 전력을 쏟았다.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다가 골목 어귀에 두부장사의 종소리가 울리면 그제야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고개를 들어보니 예전의 천재라고 불리던 문하생은 더 이상 이현세 만화가 앞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상대와 경쟁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빠져나왔더니 본인이 그 천재의 반열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좌절하더라도 계속하는 힘이 실력으로 작품으로 깃들어 발현된 것이다. 예전부터 이런 노력의 스토리가 좋다. 왠지 정의가 승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영표 선수의 스토리도 그래서 좋다.


어떻게 하면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을지,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이야기해달라는 한 아이 아버지의 질문 뒤로 이영표 선수의 대답이 이어진다.


“1993년 고등학교에 입학했는 데 나는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해 순발력과 민첩성의 필요성을 느꼈고 고민 끝에 줄넘기 2단 뛰기를 매일 저녁 1,000개씩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100개 정도를 하면 너무 힘들어서 한 번에 100번씩 10번으로 나누어 1,000개를 하곤 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이렇게 매일같이 2년을 했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2단 뛰기 1,000개를 한 번에 할 수 있게 됐다.”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줄넘기가 두 번 끊어졌는데 한 번은 손잡이와 줄 사이에 있는 쇠고리가 서로 갈려서 마찰에 의해 끊어졌고, 한 번은 보통 2단 뛰기는 공중에서 하기 때문에 줄이 땅에 닿지 않지만 100번을 하고 호흡을 채울 때 1단뛰기를 쉬지 않고 해야 하기 때문에 바닥에 줄이 달아서 끊어졌다. 핸드메이드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2개의 줄넘기가 끊어졌던 순간 내 맘속에 넘쳐흘렀던 오묘한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많이 노력하면 됩니다.”


이영표 선수는 2개의 줄넘기가 끊어진 이후로 경기장에서 본인 앞에 떨어진 공은 절대 빼앗기지 않았다. 이영표 선수가 생각하는 노력의 정의는 고통스럽지만 실패로부터 느끼는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노력에는 항상 고통과 인내가 따른다.
 노력이란..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에서 오는 고통과 좌절감을 미리 나누어 갖는 것이다.
 노력에도 고통이 따르고 원하지 않는 결과에도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노력에서 오는 통증이 더 견디기 쉽다.”
 

흔히 이영표 선수의 눈부신 ‘성공’에 주목한다. 이현세 만화가처럼 멈추지 않고 지속하는 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를 제련하는 노력은 그의 명성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원하는 결과를 가지지 못했을 때의 고통과 좌절을 노력이라는 행위로 나누어 가진 것은 눈앞에 ‘성공’보다 그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체득하고, 통증을 견디며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노력’의 또 다른 이름은 분명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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