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지 않는 사람은 설명이 필요해.
오랜만에 친구를 단 둘이 만났다. 모임에서 가끔 보긴 했지만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한참을 못한 터였다.
친구에게 남자친구와 잘 지내냐 하니 내년쯤 결혼할 것 같다 이야기한다. 종종 들었던 남자친구의 인성이 좋아 보였고, 친구와도 잘 맞는 듯하고, 좋은 직업이니 모든 것에 대해 축하해주고 싶었다.
내게 소개팅은 하고 있냐 묻길래 4-6월에 3개 정도하고 그 뒤로 들어온 소개팅은 모두 거절했다고 했다. 친구는 왜 소개팅을 하지 않냐고 묻는다. 최근 소개팅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조금 지친다. 썩 끌리지 않은 사람과 연락을 유지하며 혹시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며 서로를 탐색해 가는 일이 지친다고 했다.
친구는 그럼 자만추는 어떠냐, 셋 중에 한 명은 괜찮아 보이는데 만나는 게 어떠냐, 한 두 달만 쉬어라, 그렇게만 쉬어도 26년이 온다 이야기한다.
나는 이야기했다. 내가 결혼에 한참 쫓길 때는 휴식이라는 것 없이 들어오는 소개팅을 다 받았고 괜찮은 사람일까 기대하며 살았다. 그러다 조금 소개팅을 하지 않으려 하면 친구들은 정신 차려라, 너 나이에 소개팅 잘 들어오는 사람 없다, 들어오면 나가라, 맘에 들 수도 있지 않냐 등등...
사실 그 말이 내 귀에 들어온 건 나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네가 나를 불안하게 하려는 거면 난 흔들리고 싶지 않다 했다.
친구는 그런 의도는 아니라 했지만 결국은 점이라도 봐라, 아예 쉬진 마라, 언제 모임에 나갈 거냐 물었다.
"네가 하는 모든 말들이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하는 것 같아."
그게 맞단다..
연애를 준비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는 너무나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결혼적령기를 넘은 여자가 연애를 준비하지 않은 것은 정신 차리지 않은 것임으로...
친구들 말대로 나는 고맙게도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었고, 그걸 내치고 나 잠시 쉴래라고 말하는 것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이랜다.
그렇게 지난 4년 간 결혼을 위한 연애 대비만 해왔다. 소개팅을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두 번.
맘에 들지 모르므로 3번, 3주 간 만나고 연락했다. 그럼 한 달 중 3주를 연락하며, 아침 인사, 저녁인사, 일상보고를 하며...
누군가와 매 순간 연락하고 있었고, 초점은 온통 그리로 가있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 때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했다. 수많은 썸들 속에 탐색전은 에너지가 많이 쓰였고, 그 탐색을 정확하게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내 옆에 진득이 있어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허무감이. 내 인생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연애를 대비하지 않는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 지금은 대비하고 싶지 않아. 내 삶의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싶어. 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나는 평온하고 행복하다.
늦잠을 잘 수 있어 행복하고, 책을 읽을 수 있음이 행복하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어 행복하다. 단지 아침에 피곤하지 않아 차를 두고 걸어가는 그 순간에도 행복하다. 벅차오르는 행복이 아니다. 머릿속에 지금 필요한 것들만 넣어놓고 평온함을 즐기는 행복이다.
내 삶이 그럼에도 타인에게 설명해야만 납득되는 삶이라는 게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그럼 나는 적당히 둘러대야 하는 걸까? 아니면 타인이 뭐래도 흔들리지 않게 에너지를 써야 하는 걸까?
흔들리고 싶지 않다 말했지만, 친구의 말이 다음 날이 되어서도 맴돈다.
"쉬지는 마라."
연애를 하지 않음이 왜 쉬는 것인 걸까? 나는 연애 외의 것들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평온하고 즐거운데 왜 다시 불안해져야 하는 걸까?
그럼 불안해하지 말고 잘 다독여서 대비를 해보라던 친구의 말에. 나는 지쳤어.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허무감에 보내버린 지난 4년이 너무 아깝고 후회스럽노라고. 앞으로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다른 대안책을 찾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서. 지금 잘 지내고 싶다고.
여행에서의 행복, 쾌락적인 활동에서의 행복, 물건을 소유함으로 인해 오는 행복. 이런 행복 말고 그저 일상에서 오는 행복감이 이리 오래간 것은 대학생 이후로 처음이다. 나는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게 연애나 결혼을 늦춘다 한들 지금 필요한 것들에 집중해 본다.
과거에는 누군가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나와 잘 지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