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에 가치를 두는 일(이중섭 거리, 미술관)

다시, 제주.

by 일기장

두 달만에 직장 동료들과 다시 제주를 찾았다.


한 동료의 추천으로 이중섭미술관을 가게 되었다.

이중섭거리와 미술관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혼자 오게 되면 항상 들르는 곳.


처음엔 소품샵과 주말에 열리는 플리마켓이 좋아 자주 찾곤 했다.

플리마켓을 들르는 김에 찾곤 했던 미술관

1층은 상설전시, 2층은 기획전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획전시가 꽤나 자주 바뀌어 다채롭다.


예전에는 이중섭 작가의 아내(야마모토 마사코)의 편지가 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남편을 향한 그리움,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이 가득했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아내에게 관심이 없다더니 참 무심하네.'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갔던 일이다.

어느 날 다시 찾은 미술관에는 이중섭 작가의 편지도 전시되어 있었다.

아내보다 더 구구절절한,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곳에 담겨있었다.

오해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는지, 그리운 마음이 너무 와닿아서인지, 가족과 떨어서 홀로 지낸 그가 안쓰러워서인지 몰래 눈물을 훔치며 울었었다.

그 뒤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하며 내게 친근한,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중섭 거리에서는 소품샵을 들러 포스트잇을 구매했다.

동료가 예쁜 꽃, 예쁜 색깔을 고르는 동안 나는 자주 다이빙하는 범섬, 한여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본 은하수 포스트잇을 구매했다.

동료가 산 것은 한 눈에도 예쁜 것이었는데 내 거는 왠지 모르게 조금 썰렁하고 촌스런 느낌이었다.

그치만 예쁜 것보다는 내게 의미 있는 디자인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매번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내용에 가치를 두는 삶.

이왕이면 예쁜 것이 좋기도 하지만 내용이 맘에 들면 겉보기와 상관없이 끌리곤 한다.

조금은 못생긴 포스트잇을 고르듯, 나를 울린 어느 작가를 좋아하게 되듯...


오래 경험한 후 좋아하기에 나는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느리다.

빠르게 호불호를 결정하는 현대사회에서 때로는 뒤쳐지는 느낌을, 흐리멍텅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내용을 따라가는 게 좀 더 포근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보통의 것을 쫓아가기보다 조금 느리지만 내 것을 찾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이중섭미술관 옥상에서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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