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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Feb 10. 2022

오미크론 완치. 사회적 고립의 고통

코로나19 완치 후기. 정서적 측면

  코로나19에 확진된 지 2주가 되었다.

  그동안 지속적인 인후염과 약간의 발열, 간헐적인 식은땀, 막판의 기침을 겪었다. 조금도 아픈 곳이  없다고 느끼는 데에는 2주 정도 걸린 것 같다. 2차 백신까지 맞았다.


  감기랑 비교하자면, 감기는 이틀 밤 정도를 앓아눕고 나면 컨디션이 현저히 나아진다. 감기가 급속도로 꼭대기를 치고 내려오는 느낌이라면,  오미크론은 앓아눕지 않는 낮은 강도의 고통이 일주일 정도 가다 줄어든다. 목이 타는 느낌이 들어 5일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코로나가 심하지 않았던 것에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개인적으론 몰아서 아픈 감기가 나은 것 같다.



  처음 확진받았을 때는 충격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컸다. 확진 전에 만났던 친구 5명 중의 1명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부모님이 옮았다. 나이 드신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나로 인해 사회활동에 영향이 가고 불안에 떨 친구들 걱정이 앞섰다.


  코로나와 관련되지 않은 친구들에게 일상적인 연락이 왔지만 확진 당일엔 답장을 할 수 없었다. 친구들의 놀란 감정을 감당할 힘이 없어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얘기하지 않은 채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어갈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확진 문자를 받은 지 몇 시간 뒤에 학교 선배가 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의금 관련해서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이것만큼은 대답해야 할 것 같아 간단히 용건만 얘기하고 마무리하려는데

'오랜만에 연락인데 매정하시네!'

라고 답장이 온다.

  순간 고민이 된다. 대략 읽지 않았다가 늦게 읽었어!라고 할 것인가 코로나에 걸렸다 할 것인가.



  접촉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모두 같은 질문들을 했다. 어쩌다 검사를 받았냐, 누구에게 옮았냐, 너와 옮긴 사람들 증상은 어떠냐, 며칠 격리해야 하냐, 보건소는 어떻게 해주냐 등등 같은 질문에 대답해주느라 힘들었다. 나와 본인들이 걱정됨과 동시에 베일에 쌓여있는 바이러스에 대해 궁금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걱정 미안함으로 나는 정성껏 대답했다.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대답해주기엔 너무 지쳐있었다. 아프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정신없어가지고ㅠ 오늘 코로나 양성 판정받았거든 ㅠ 같은 설명 계속해야 할 것 같아서 접촉한 친구들 말곤 얘기 다 안 하는 중이었엉.'

하고 답한다.

  이 답장을 하며 나는 펑펑 울었다. 최대한 덤덤하게 썼지만 내 모든 힘듦이 담겨 있었다.

   마음속에서는

'코로나 확진되어서 걱정되고 두려워. 부모님, 친구 어머니 나이도 많으신데 많이 아프시다 일 나면 어떡해? 만났던 친구들 나 때문에 아프고 일상에 지장 받으면 어떡해? 사람들이 나 원망할 것 같은데 미안해 죽겠어. 나는 이렇게 한 없이 미안한데 나한테 미안할 사람은 왜 없는 거야?

똑같은 질문받는 것도 힘들고, 친구들 놀란 모습 보는 것도 힘들어. 그 와중에 나는 미안해서 힘든 티도 낼 수 없어. 그래서 다른 친구들 답장도 못하겠고 벌써 첫날부터 고립되고 외로운 기분이야.' 

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며칠 뒤 답장을 했고 예상대로 같은 질문을 해왔다. 그렇지만 많은 위로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확진이란 충격과 공포에 가깝다. 앞으로 증상의 정도, 장기적인 후유증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잠귀가 어두움에도 부모님이 기침하는 소리가 들리면 잠에서 깬다. 아직 안 나으셨나, 후유증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부모님 또한 걱정을 많이 하시기 때문에 현재 건강상태에 예민하시고, 왜 옮아왔냐 핀잔을 주시기도 했다.

  죄책감에 유독 취약한 나는 아픈 티, 힘든 티도 내지 못했다. 웃기게도 정신력의 승리였는지 5명 중 나의 증상이 가장 약했다.

  

  코로나 완치가 되고 나면 항체가 생기지만 다른 종이 나타나면 그 항체도 큰 소용이 없게 된다. 오미크론 스텔스가 언급되는 요즘 나는 몸을 사리게 된다. 몸보다 마음이 아팠던 질병이었다.


  일일 확진자 6만 명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조심해도 감염의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식될 때까지 최대한 적은 사람들이 걸리길 바란다. 더불어 코로나에 걸리면 겪을 마음의 증상들을 나눔으로써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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