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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세일즈랩 이보원 Dec 27. 2018

'공부'하는 마케팅, '노력'하는 영업

영업도 공부가 필요한가요?

- 마케팅은 멋있다, 영업은....


회사를 들어오기 전 ‘기업에서 마케팅을 합니다’라고 대답하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꽤 스마트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대학을 다닐 때에도 ‘마케터’라는 사람 ‘ 마케팅’이라는 직무가 멋있어 보였으며, 회사에서도 막연히 앞에 ‘해외’ 자를 붙여서 해외마케팅 이란 것을 하면 어떨까 상상을 해본 적인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멋있어 보이는 업무를 하고 싶었다. 


반면에 누군가 ‘영업’을 한다라고 하면 말을 잘해야 할 것 같으며, 어딘가 열심히 돌아다녀야 할 것 같고, 또는 물건을 파는 것을 강요할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었다. 이 때문에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은 성격 탓에 ‘영업’이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으며, 막연히 영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최소한 정장을 입고 비행기를 타는 모습이 떠오르는 해외영업이나, 비교적 큰 규모의 거래를 성사하는 플랜트, 선박과 같은 대규모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서 대학교 때 상상하였던 영업과 마케팅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업에서 마케팅과 영업의 인력 비율은 약 5:1 ~ 10:1 정도의 비율로 영업사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렇게 기업에서 다수의 인력을 차지하고 있는 영업사원들은 자신이 맡은 고객에게 RFQ(Request for Quotation, 견적요청서) 응대, 판가 제출, 개발팀과 협업, 가격협상, 물량 증대 미팅, 신제품 프로모션 등으로 1달을 빠듯하게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또다시 한 달이 지나면 이일을 반복하며, 1년이 지나면 목표물량을 달성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고과를 평가받는다. 비교적 판매물량이 안정된 고객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쉽게 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팀장의 눈밖에 나거나 다시 어렵고 복잡한 어카운트로 재배치시켜 결국 다시 열심히 일하게 되는 선순환(?)을 겪는 것이었다. 

반면에 마케팅은 연말에 내년 마케팅 전략 수립, 중장기 전략 수립, 어카운트별 거시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전략을 새우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임원이나 사장에게 보고하는 일이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를 위해서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능력, PPT 보고서를 작성하고,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약간의 창의력과 경영진에게 매력을 끌 수 있는 상품기획력, 전략 기획력 등이 필요한 능력이며 업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경영진과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 높은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사가 속해있는 시장, 그리고 고객사의 시장 동향, 최신 고객사 제품 동향 등을 파악하고, 이에 맞게 자사의 상품전략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반복했다. 그러나 임원이 바뀌거나, 경영전략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사업부나 제품 level의 전략은 기민하게 변경되었으며, 이러한 기업 내부적인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 역시 마케팅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이렇게 영업과 마케팅의 실무에서 실무자들의 업무 스타일에 차이가 있으며, 업무 스타일에 따라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공부’란 것을 많이 하게 되며, 반대인 영업은 공부보다는 생각할 시간 없이 몸으로 먼저 움직이는 것이 하나의 ‘전략’ 이 되어버린 것 같다.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 이러한 상황은 B2B와 관련된 콘퍼런스의 참석 비율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B2B 포럼, 마케팅 vs 영업의 참석 비율은?


17년 11월 3회째 맞는 B2B 포럼이 열렸다. 국내에 B2B 영업/마케팅에 관하여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포럼으로 꽤 얻을 것이 많은 콘퍼런스였다. 1 day로 진행되는 세션으로 오전은 마케팅/영업의 통합 세션이며, 오후는 마케팅과 영업이 분리되어 진행되었다. 이때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약 400여 명의 사람들 중 마케팅 세션이 약 300명 영업 세션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비율로 나뉘어 진것진것진 것이다. 


기업에서 분명히 내가 있던 조직에서 영업과 마케팅의 비율은 5:1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B2B 콘퍼런스에서 영업 세션에 참가한 숫자는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하고 한참 고민을 했었다. 그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콘퍼런스에 참석하여 보고서 작성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며, 문서로 일을 하지 않는 '영업'은 직접 활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였다.


한편으로 기업의 직장인으로서 하루의 업무를 빼고, 비용을 지불하면서 콘퍼런스에 ‘공부하러 갑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영업부서의 상사들은 쉽게 허락해줄 것 같지 않다. 나 역시 같은 경험이 있으니까. 



‘ 영업사원 : 팀장님 B2B 콘퍼런스가 있는데 다녀와도 될까요?’ 

‘ 영업팀장 : 아니 이대리가 우리 회사 영업 몇 년 차인데, 콘퍼런스 같은 데 가서 영업을 배워? 그런데 가봐야 우리 산업이랑 맞지도 않는 내용이고 다 아는 내용이야. 나도 그런데 가봤어 바로 적용할만한 것도 없어. 

'이 과장 다음 주에 있는 고객 미팅은 언제로 잡았나? 신규 RFQ 들어온 거 대응 완료했어? 내년 1분기 판가 전략 어떻게 할 거야? '



이와 같은 상황이 충분히 예상되며, 이런 상황을 본 다른 선후배 영업사원들은 다시는 ‘B2B 영업 콘퍼런스에 참석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꺼내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기업에서 우리 영업사원들이 겪는 모습이다. 항상 열심히 하면서 고객을 응대하는 스킬만 늘어날 뿐 영업사원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쌓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마케팅 세션 vs 영업세션

마케팅은 책상과 있고, 영업은 고객과 있다. 


마케팅을 할 때 영업에게 아쉬웠던 일은 왜 거시적인 트렌드를 보지 못하며, 시장을 읽지 못하냐는 것이었다. 심지어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영업사원도 일부 존재하였다. 일반적인 제품의 스펙은 알고 있지만, 어떤 배경에 따라서 상품이 기획되었는지, 그리고 고객 제품에서 영업이 판매하는 제품이 어떤 기능적, 경제적, 심리적 가치를 제공하는지 등. 


B2B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려면, 자사의 제품뿐 아니라 고객의 제품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B2B 영업은 단순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제품은 고객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떻게 전환되어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얼마나 잘 제안하느냐가 영업의 중요한 요소 중하나이다. 


그래서 B2B에서 영업을 잘하는 영업 중에 개발자 출신이 많기도 하다. 그러나 개발 출신의 영업은 안타깝게도 고객 대응과 제안을 일반 영업사원만큼 하지 못한다. 이과의 마인드와 문과의 마인드, 개발자의 꼼꼼함과 영업의 대범함등을 동시에 가지기는 힘들 것 같다. 이것은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그래서 신제품 프로모션이나, 개발단계에서 중요한 미팅에서는 영업은 개발팀, 마케팅팀 인력과 동반해서 미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은 개발과 영업의 중간 정도 역할을 하면서 미팅을 하지만 영업만큼 고객에 대하여 깊게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매일매일 통화하고 매일을 주고받는 담당 어카운트의 영업 담당자보다 개인적인 친밀감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들은 당연히 영업보다 파악하기 힘들다. 마케팅은 책상에 앉아서 텍스트화 된 유형의 문서로 시장과 고객을 분석하지만, 영업은 정형화하기 어려운 고객과의 관계, 신뢰 등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 간다. 


- 공유경제 시대 영업은 왜 공유하지 않는 욕심쟁이(?)인가


‘영업’은 ‘개인이 능력’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나타난다. 그래서 기업에서도 중요한 어카운트는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뛰어난 사람을 배치하고, 작은 어카운트는 신입사원이나 상대적으로 성과가 약한 영업사원을 배치하기도 한다. 그런데 13년간 기업을 다니면서 단 한 번도 잘하는 영업, 영업을 오래 한 선배, 성과를 잘 내는 영업사원이 자신의 영업 노하우에 대하여 공유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후배 사원이 들어오면 선배의 입장에서 일부 일을 가르쳐 주기는 하지만, 조직 내에서 콘퍼런스를 하거나 영업사원 간에 더 좋은 영업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시도조차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왜 영업은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을까? 영업력은 자신이 오랫동안 축척해온 노하우이며, 이 것이 알려질 경우 다른 영업사원들이 나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위협에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기업에서 고과는 상대적으로 평가를 받으며, 누군가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상대 열위에 놓이게 된다. 그렇기에 굳이 내가 힘들게 쌓아온 나의 영업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영업뿐 아니라 경력으로 타 회사로 이직한 사람이나, 기업 내에서 타 부서로 이동을 하는 경우도 기존의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인수인계 또는 코칭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직자들을 많이 보았으며, 빠른 퇴사 또는 업무력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좋은 정보와 에너지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HR(human resource)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며, 매출에 가장 직접적인 영업사원이 이러한 상황에 있다면 더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 공유 경제, 공유 영업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함께 배워야 한다. 


‘쉐어링’이라는 것이 뒤에 붙으면 Business가 커지는 세상이 다가왔다. 카 웨어링, 하우스 쉐어링 등 공유하고 나눌수록 가치가 커지며, 이를 뒷받침하듯이 지금은 시들해진 TEDx라는 강연 플랫폼에서 시작되어,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 중심으로 기존에 유료로 돈을 내고 들어야만 했던 고급 정보들이 무료로 시장이 풀려 나오고 있다. 이들의 중심에는 각 분야의 수많은 개인들이 있고, 이제는 비밀 정보, 고급 정보, 나만 아는 정보의 개념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는 차별화와 비교우위를 만들기 힘든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기업의 영업들 또한 바뀌어야 한다. 나의 영업에 대한 노하우가 빛나려면 공유하고, 다른 동료들로부터 보완되어야 한다. 


영업은 이제 공부하고, 나눠야 한다. 특히 복잡한 구조의 B2B영업일 수록 제품, 자사, 고객, 산업, 시장 등에 대하여 공부하고 파이를 키워가야 타사와 차별화되는 영업을 할 수 있다. B2B 영업은 말 그대로 기업이 기업에게 하는 영업이다. 영업의 단위는 ‘개인’ 이 아니라 ‘기업’이며 기업을 대표하는 영업 역시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적인 대응은 기업을 움직이는 영업, 구매, 개발, 제조 등 다양한 연관 부서들이기도 하며, 고객을 대응하는 핵심 조직인 영업의 다양한 ‘인력’들 이기도 하다. 


영업 조직 내의 각각 다른 고객들을 대응하는 영업들의 성공과 실패사례, 그리고 자신의 노하우등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업사원의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으며, 조직도 성장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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