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영업의 한계
뛰어난 화술은 B2B 영업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까?
흔히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영업을 잘할 것 같다 라고 말한다. 이 말은 정답일까? 화술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이 가진 제품을 상대방의 관점에서 잘 설명할 수 있으며, 말하기, 질문, 경청 등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설득한다.
뛰어난 화술을 가진 사람일수록, 상대방은 설득당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며, 납득하여 자신의 결정이 합리적이 었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백화점의 판매사원의 칭찬에 구매 한옷이 집에 와서 보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가장 싼 제품을 사러 갔다가 영업사원과의 대화 후에 높은 옵션을 선택하여 비싼 제품을 구매한 경험 그리고 후회.
시간이 지나서 내 의지와 다르다고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속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순간 우리는 다시 그 영업사원을 찾지 않게 되며 자연스럽게 관계는 끝이 난다. 영업사원이 손해인 것 같지만 이미 제품을 팔았으며,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고객을 만나 제품을 팔면 된다. 결정은 고객이 한 것이고, 영업은 단지 판매를 했을 뿐이다. 이러한 영업방식은 새로운 고객들이 계속 창출되는 B2C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B2B 비즈니스는 고객이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한정된 고객들과 파트너십을 만들어 장기거래를 통하여 서로의 win-win을 만들어 내는 것이 B2B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B2B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고객으로부터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보다 5배의 에너지가 든다는 조사가 있다.
B2B 영업은 한번 만난 고객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설명, 판매, 운송, 사용 과정에서 고객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드는 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감정적인 선택으로 구매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 기업에서는 '구매 프로세스'를 만들어 복잡하지만 객관적인 구매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비용이 크고, 개발 난도가 높은 비즈니스 일 수록 구매 이외에 개발, 품질,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들이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B2B 영업에서 화술은 영업사원이 가진 내공을 고객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뛰어난 화술로 B2B 거래에 가까워질 수는 있으나, 최종 제품을 팔 수는 없다. 진정성과 내공이 없는 B2B 영업사원의 화술은 결국 독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뛰어난 화술로 오랫동안 공들인 고객이 어느 순간 당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객은 스킬을 알고 있다
TEDx를 시작하여 수많은 강연 프로그램이 몇 년 전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TV 등 메스미디어 등을 통하여 자신들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들을 대중들에게 알려주면서 일반 대중들의 지식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세바시, 알쓸신잡, 강연 100도씨, 어쩌다 어른 등 예능과 지식의 접합에 따라서 많은 지식들이 대중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쉽게 각 분야의 고급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이런 정보들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은 검색을 통하여 구체화하면서 각자의 지식들을 채워나간다.
여기에서 확장하여 유튜브를 비롯한 수없이 많은 채널들에서 각 분야의 일반인, 전문가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좋은 콘텐츠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런 정보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힘들이지 않고 고급 정보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픽업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한참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이성을 유혹하는 스킬을 가진 자들이 이런 스킬을 배우고자 하는 남성들에게 높은 비용(몇 회 강의와 시범에 수백만 원)을 받고 유혹의 기술을 알려주는 비즈니스이다. 요즘도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전보다 그 인기가 시들해졌음은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술을 가진 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기술은 알려지게 된다. 이성에게 접근할 때의 질문법, 그리고 유혹을 하기 위한 프로세스, 화법 등 이들은 하나하나 명명하며 기술화하였다. 이제는 여성들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가 무엇인가 ‘기술’을 쓴다는 것을 직감하기 시작하고, 더 이상 ‘기술’이 잘 먹히지 않는 단계가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영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영업을 잘하는 법’이라고 하면 ‘질문’ ‘경청’ ‘커뮤니케이션’ ‘공감’, 협상’ 등을 큰 카테고리로 다양한 스킬들이 담긴 책들이 많다. 다양한 카테고리에 수없이 많은 정보와 스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좋은 스킬을 구사하는 영업사원들도 많아졌다. 이러한 스킬은 분명히 영업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영업이 ‘스킬’이라는 것을 사용하였을 때, 고객이 인위적인 방법으로 고객을 상대한다는 것을 느꼈다면 고객은 어떤 느낌이 들까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B2B 영업에서는 단순히 화술이나 협상의 기술만을 가지고는 우수한 영업이 될 수 없다. B2B 영업의 목적이자 본질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양사가 이어가는 것이며, 이것의 가장 밑바탕에는 고객의 성공, 고객의 성공과 연계한 나의 실적 증가와 자사의 성장이다. 스킬이나 관계를 기반으로 한 단편적인 B2B 영업은 결코 장기적으로 우수한 영업성과를 낼 수 없다.
대기업의 구매 담당자는 수없이 많은 영업사원을 만난다. 기존에 거래하던 영업사원, 그리고 새롭게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영업사원. 고객을 만났을때 당신은 다른 영업사원들과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고객은 영업이 생각하는 것 보다 영업을 잘 알고 있으며, 당신의 진정성을 꽤 뚫고 있을 지도 모른다.
고객은 스킬을 알고 있다.
스킬은 고객 가치 발굴에 한계가 있다.
B2B 영업의 핵심은 고객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질문으로 고객의 가치를 알아낼 수 있을까? 질문 기법과 같이 미팅에서 사용하는 화술들은 한두 번 정도, 무의식의 고객으로부터 몇 가지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결국 깊이 있는 고객의 정보는 단순히 좋은 질문을 한다고 얻어 낼 수 없다.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을 적적히 섞어서 미팅을 진행하는 것은, 미팅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고객과 영업 간에 더 큰 파이를 만들어서 양사에 도움되는 정보를 만들고자 함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영업이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팔 기 위한, 그리고 내부에 보고를 위한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질문을 활용하는 것은 결국 고객의 입을 더욱더 닫게 만드는 것이다. 영업이 고객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고객은 영업에게 고객의 정보를 줄 이유가 없다.
기본이 탄탄해야 비로소 스킬이 빛난다.
축구에서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 중 중요한 요건은 ‘감독이 생각하는 전술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느냐’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있지만 감독에 따라서 우리가 객관적으로 실력이 좋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았던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되어 스타로 떠오르기도 한다.
영업 조직은 기업에서 공격을 하기 위한 미드필더와 공격수 라인에 해당하며, 각각의 고객을 담당하고 있는 영업사원들은 스트라이커와 같다. 이들이 곧 경쟁사, 고객과의 승부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곧 팀의 승리이며, 팀이 승리하는 기반에는 팀에 짜 놓은 전략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 또는 혼자서 얼마나 전략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축구에 임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발기술과 잔기술 등은 결국 상대를 젖히거나 돌파를 할 수는 있지만 반복되는 잔기술은 상대방에게 파악되고 실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체력, 전략, 전술의 이해, 의사결정력, 분석력 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축구선수는 이런 기반이 탄탄하게 자리 잡혀야 위기의 순간에 가끔 스킬을 쓰면서 선수를 젖히고 골대 앞으로 진입하여 골을 넣을 수 있다.
B2B 영업에서는 자사, 제품, 고객 그리고 시장에 대한 분석이 기본기이다. B2B 영업은 공부해야 한다.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의 산업군, 고객의 산업군 시장과 고객에 대하여 깊게 공부한 것이 '적절한 화술'을 통하여 고객에게 전달될 때 수준 있는 B2B 영업사원이 될 수 있다.
아마 이까지 읽으셨다면 다 아는 잔소리 같은 글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고객을 만나러 갈 때, '고객이 어떻게 하면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미팅에 참석해본 적이 있는가? 한 번도 없다면 꼰대 같은 소리를 더 들어도 괜찮다. 왜냐하면 고객은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미팅에 와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by 뷰세일즈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