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지 일주일째.
나와 신랑이 일구었던 일상의 터를 옮기는 일은 시작 전부터 쌓인 방학 숙제 같았다.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이삿날은 자정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새로운 터에서 일상의 동선을 새로 짜 맞추는 일.
고무줄은? 약은? 청소솔은 어딨지?
사소한 물건부터 새 터에 맞춰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 일은 온통 나와 신랑의 몫이다.
집 앞 하천은 암끝표범나비가 팔랑거리고, 금강아지풀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10분만 걸으면 도서관이다. 글자 속에 헤엄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아침 홀로 1시간 동안 산책을 나선 신랑이 집으로 돌아와 말한다.
"하천 변을 걸어 올라가는 데 코스모스 향이 짙어지더라. 힐링 제대로 했어."
아이들은 산책을 하다 자리 잡고 앉아 물장구친다. 물방울 사방으로 튀자, 아이들 웃음도 같이 튀어 오른다.
새로 마주한 일상의 터에서 네 사람이 저마다 방식으로 다시 하루를 꾸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