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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Sep 30. 2021

나를 사랑하는 법

"우리는 오늘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 글을 써볼 거예요. 먼저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을 찾아볼까?"


초등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었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인근 초등학교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수업 참여 인원은 겨우 4명이었다. 내게 주어진 한 시간. 작은도서관은 내게  인권을 주제로 수업해달라고 요구했다.

인권,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 권리라고 사전에 설명돼 있지만, 어렵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게 일상에서 무시되는 권리, 권리라는 모호하고 어려운 용어를 설명하는 걸 대신해, 아이들에게 나를 먼저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존중해야, 남도 존중할 줄 안다. 서로의 존중에서부터 인권은 출발한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침 공기가 선생님을 기분 좋게 만들어, 또 등산 가서 정상에서 먹는 커피 믹스가 그렇게 좋아."


나의 이야기를 먼저 풀어놓자. 아이들은 흰 종이 위에 연필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연필심이 책상을 긁는 소리만 울리는 교실 안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쓰고 있는 글을 살폈다.


'끝이 뾰족한 연필로 다이어리를 꾸밀 때.'


"맞아, 그때 참 기분 좋지?"

"네, 선생님. 가늘게 적히는 글씨가 예뻐요."


그 순간을 떠올린 듯 아이가 웃었다. 아이의 미소를 따라 나도 웃었다.


글을 쓰기 위해 주어진 시간 10분이 끝난 뒤, 아이들 얼굴이 환해졌다. 자신을 기분 좋게 하는 순간은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이 온몸에 퍼진다.


"오늘 적은 글은 집에 들고 돌아가서, 마음이  힘들 때나 슬플 때 꺼내 봐요. 다시 읽어보면서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세요."


"네!"


다음 날, 아가들이 어린이집 등원을 하고 장난감으로 어지럽힌 거실에 장난감을 발로 슥 밀어 놓은 뒤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휴, 이제 숨 좀 쉬겠네."


지난주부터 계속되는 수업과 행사, 거기다 다가 올 이사까지 여러모로 몸과 마음에 부담이 왔다. 사흘 전 급체 한 뒤로 두통과 소화불량이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첫째가 열감기를 앓아, 이틀째 쪽잠 신세였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내 몸은 꽤나 예민해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이 먼저 반응해왔다. 평소 같으면 별일 아닐 아가들의 징징거림에, 화부터 내고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아가의 호기심에 기꺼이 응답해줄 미소가 며칠 째 사라졌다. 나의 예민함과 스트레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뾰족한 말로 칼을 휘둘렀다.


어제 수업을 마치며, 아이들에게 했던  말은 당장 내게 필요한 일었다.

'나를 사랑하는 법.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


"먼저 꽃 한 다발부터 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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